남덕유산의 설국의 나라를 가다
남덕유산의 눈꽃세상, 그리고 혹한의 칼바람과 같이했던 산행
신년 들어 산행이 뜸해지니 갈수록 게을러지는 느낌
해서
이번주말에는 기어이 움직여볼 요량으로 이곳저곳 산행지를 생각해 보니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곳이
지리산 상봉과 서북능선의 만복대
그리고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전 구간이 통제되었다는 덕유산 정도가 욕심안으로 들어온다.
그중
토요일 오후에 남덕유산만이 통제구간에서 개방이 되었고
영각사에서 동봉과 서봉을 넘어서 다시금 영각사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산행지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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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머리의 산길 헤매이기 ----------------------------------- 산행일시:2025년 01월12일(일요일) 산행지기:갤럭시S23+와 함께 산행코스: 영각사 - 동봉-서봉-영각사 도상거리: 10km 산행시간: 5시간15분 - 점심시간없이 잠깐만의 휴식 - 산행정체 심함 기억꺼리 - 25년 신년 첫 산행 - 덕유산중 전체코스가 통제되었고 황점,삿갓재대피소,동봉,서봉만 개방 07:00 여수집 출발 07:40 황전휴게소 휴식 08:20 황전 휴게소 출발 09:30영각사 주차장 09:50 산행시작 10:00 영각사 10:10 영각탐방지원센터 11:30 능선안부 12:15 동봉(남덕유산) 12:20 서봉,월성재 갈림길 13:15 서봉 14:10 남덕유산 조망바위 14:35 갈림길삼거리(샛길) 15:05 덕유교육원 상단 15:20 영각사 15:25 영각사 주차장/ 산행종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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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07:00분쯤에 집에서 출발했던 남덕유
황점 휴게소에서 잠시 졸리운 휴식을 취했더니만 40여분이 훌쩍 지났다.
결국
영각사 주차장에는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도착을 했고
주차장에는 진즉에 자동차들은 가득했었고 주차 할 자리는 한곳도 없다.
해서
고만고만한 갓길에 짜투리 주차를 하고 09:50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11:30 능선안부에 안착을 했다.
여기서부터는 덕유산의 지독한 칼바람이 예상되었기에 넥워머와 장갑을 튼실한 것으로
바꾸어서 진행을 한다.
유독 손시러움에 약한 나란 녀석은
이번 산행에서는 얇은 여름장갑에 두툼한 겨울장갑을 이중으로 장착을 했고
바지는 일명 쫄바지를 덧데어 입었다.
아마도 이번산행에서만큼은 손시러움에서 완벽하게 해방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곳 안부에 올라선다는 것은
남덕유산의 산행은 80%는 마친 것이나 진배없겠다.
다만
이곳에서 왼쪽 능선을 따르면 동봉으로 이어지는 정규 등로이겠고
금줄을 넘어 오른쪽 능선을 계속해서 따르면 월봉산 칼바위로 이어지는 샛길 쯤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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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안부에서부터는 이제 남덕유산의 가장 멋들어진 눈꽃세상과 같이하는 등로가 시작된다.
설령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이곳은 늘상 상고대가 피여 나는 곳이기도 하다.
어쩌면 얼어붙은 상고대와 맑은 하늘이 열렸으면 더 멋들어진 설국의 나라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날은 정상부근에 잿빛 먹구름이 맴돌고 떠나질 않고 있다.
말 그대로 곰탕하늘에 잠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남덕유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슬한 철 계단길이다.
하늘 끝까지 솟구쳐 오를 것만 같은 철계단
다른 산 같았으면 위태한 암봉을 거치지 않고 우회길로 돌아갈 만도 하건만
유독 이곳 남덕유산은 아찔한 암봉을 정면으로 타고 오른다.
이곳도
예전에는 교행이 불가할 만큼 좁은 계단길로 산행정체에 치를 떨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예전만큼 정체가 이루어지지 않을 만큼 계단길을 넓혀서 크게 산행정체는 이루어지고 있질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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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유산 정상인 동봉
국립공원에서는 동봉보다는 남덕유산 또는 봉황산이라 이름을 붙였다.
이날은 완벽하게 곰탕에 잠겨버린 정상에서도 그넘의 인증이라는 것을 해 보겠노라
하염없이 긴 줄 서기가 이어지고 있다.
나란 녀석은 원래 이런 인증과는 거리가 멀 뿐더러
정상인증은 벌써 여러 번 해 본터라 , 애써 줄 서기를 포기하고 그냥 지난다.
파란 하늘이라도 열렸으면 삿갓봉과 무룡산을 위시한 향정봉까지의 덕유산 능선을
사진에 담아보면 좋겠지만 오늘은 완벽하게 곰탕하늘에 잠겨서 이마저도 욕심 없이 지나칠 수 있는 것이다.
동봉정상에서 서봉 갈림길 삼거리로 내려서는 길의 눈꽃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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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재대피소와 서봉으로 갈리는 삼거리에서 서봉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난이도 높은 급경사길이다.
올라오는 것도 나름 미끄럽고 난이도 높은 된비알 길이겠지만
내려가는 것 또한 난감하고 위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사가 급경사이기도 하겠거니와 마른눈이 쌓이다 보니 아이젠이 박히질 않고 알아서 쭉쭉 미끄러져 내린다.
천상 미끌리면서 내려가는 산행법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런 눈길에 익숙지 않는 산님들은 대략 난감한 일일수도 있었겠다
그렇다고 무작정 썰매처럼 엉덩이 미끄럼을 즐길 수도 없다.
가끔씩은 이런 엉덩썰매를 타고 내리다가 나무 둥치에 찔려서 아찔한 위험에 직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 쌓인 산행에서 겁 없이 엉덩썰매를 타는 행동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동봉에서 서봉으로 이어지는 음지구간
이곳은 겨울 어느철에 오더라도 눈꽃이나 상고대가 피여있는 곳으로
겨울 산행의 별미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급경사 내리막길과 급경사 된비알 오름길은 올 때마다 천그만근 어김없이 힘겨움을 뱉어내곤 한다.
게다가
오늘은 수북한 눈에 헛발질이 심했던 탓에 체력적 소모는 평소보다 훨씬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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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로에서 살짝만 벗어나면 무릎 위까지 푹 빠지는 눈도 눈이지만
이날은 칼바람 또한 미친 0처럼 거칠게 몰아치는 날이었다.
그나마
남덕유에서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곳은 이곳 동봉과 서봉 중간 안부일진대
요령 있는 산님들은 자동차 비닐커버를 덮어쓰는 신박한 요령으로
점심 밥상들을 차리고 계신다.
혼자 하는 나란 녀석의 산행은 이런 것들도 다 부질없을 것이고
어디 바람 자는 곳이 있으면 따뜻한 국밥에 막걸리라도 한잔하고 갔으면 싶은데
좀처럼 마땅한 자리가 없다.
물론
이번 산행에서는 알코올을 일절 가져오지 않았으니 애써 휴식을 핑계로 쉬어갈 이유마저도 없다.
잠깐만의 숨 고르기를 하고 나면 또 무작정 걷는 것만이
혹한의 칼바람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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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 오르는 철계단 직전의 눈꽃세상
서봉 올라가는 마지막 난코스인 철계단
한없이 솟구치는 이 철계단의 끝점이 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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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 올라가는 철계단에서는 오늘 눈꽃의 절정을 만난다.
다만 하늘이 곰탕에 막혀서 아쉬울 뿐이다.
다른 나라 다른 세상에 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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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서봉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걷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에너지 소비가 많고 스피드 또한 나오질 못한다.
게다가 거칠게 몰아치는 칼바람은 잠시도 쉬어갈 여유가 없다.
그저 계속해서 걷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
이쯤에서는 점심도 먹어주어야 하겠는데, 마땅한 바람막이가 없다.
애써 국밥을 짊어지고 왔건만 이날에는 도저히 불을 피울만한 곳이 없다.
맨날 가지고 다니면서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비상식인 닥터유 단백질바 2개와 사탕 2개가
오늘의 유일한 밥상의 전부였다.
동봉에서 할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왼쪽 계곡 끝으로는 오늘 하산의 끝점인 덕유교육원이 보이고 있다.
원계획은 이곳 서봉 정상 바위 아래쪽에 밥상을 펼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이마저도 마땅치를 못하다.
어제저녁에 아무리 과식에 과음을 했다손 치더라도
아침을 건너뛰고, 점심마저도 못 먹을 것이면 어지간히 허기가 질 법도 하건만
닥터유 단백질바 2개로 힘겹게 잘 버텨내고 있지 않나 싶다.
서봉을 내려가면서 올려다보는 서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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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에서 영각사로 내려가는 길의 산행 정체
영각사로 내려가는 길에는 눈이 키높이만큼 가득 쌓였고, 한 사람만이 간신 하게 지날 수 있는 길이 트였는데
역으로 올라오시는 분들과 교행이 어려워서 가다 말다 가다말다 하는 산행정체가 한없이 이어지고 있다.
좁은 등로에서 아슬한 교행을 하다가 잠시만 옆으로 엇나가면
허리아래까지 깊숙이 잠기는 눈 속에 파묻히기 일쑤...!
누구 말처럼
이런 날들에는 일방통행으로 산행을 유도해도 괜찮겠다 싶다.
동봉과 서봉이 가장 잘 보이는 전망바위에서 보이는 풍경
정면으로 멀리 보이는 산군들은 칼바위와 월봉산
월봉산 뒤쪽으로 거망산이 있을 것이고 월봉산 오른쪽은 황석산
왼쪽은 금원산과 기백산이겠다.
이곳 조망바위 이후의 내리막길에는 특별한 것은 없고, 그저 순탄한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다만
샛길이라 이름 붙여 예전등로를 막아놓은 삼거리에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규등로를 버리고 곰출현한다는 샛길로 걸어 내렸다.
그리고
계곡에 닿으면 덕유교육원으로 이어지는 숨은 옛길을 찾아서 교육원에 이르면
오늘 눈꽃세상의 덕유산 산행도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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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각사 주차장
뒤로 보이는 산은 월봉산 칼봉과 오른쪽 월봉산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