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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의 겨울 바닷가

         겨울에 가보고 싶은 바닷가.....정동진

        다시  긴 장거리 운전의 시작입니다.

        늘 ...못다한 아쉬움처럼  그리움의  한 대상이였던  정동진역과 그 바닷가..!

        그 오랜기다림이 눈앞에 와 있음에도 시간이라도 하는것은 늘 여유롭지를 못합니다.

        게다가 거침없이 몰아치는 동해의 겨울바람은 낭만의 겨울바다를 생각하기에는

        턱없는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낭만의 겨울바다라는것들에 관심없는 아이들...!

         아빠 혼자만이 아쉬운 미련같은 사진을 속절없이 담아봅니다.

  

        주문진항...!

        묵호항....!

        어디로 가는게 좋을까...?

        여수항이나 주문진항이나 같은 배와 갈매기들이 노니는 항구일텐데...!

        묵호항의 등대나 보러갈까...ㅎㅎ

정동진 / 정호승

 

밤을 다하여 우리가 태백을 넘어온 까닭은 무엇인가
밤을 다하여 우리가 새벽에 닿은 까닭은 무엇인가
수평선 너머로 우리가 타고 온 기차를 떠나보내고
우리는 각자 가슴을 맞대고 새벽 바다를 바라본다.
해가 떠오른다
해는 바다 위로 막 떠오르는 순간에는 바라볼 수 있어도
성큼 떠오르고 나면 눈부셔 바라볼 수가 없다.
그렇다.
우리가 누가 누구의 해가 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다만 서로의 햇살이 될 수 있을 뿐
우리는 다만 서로의 파도가 될 수 있을 뿐
누가 누구의 바다가 될 수 있겠는가
바다에 빠진 기차가 다시 일어나 해안선과 나란히 달린다
우리가 지금 다정하게 철길 옆 해변가로 팔장을 끼고 걷는다 해도
언제까지 함께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겠는가
동해를 향해 서 있는 저 소나무를 보라
바다에 한쪽 어깨를 지친 듯이 내어준 저 소나무의 마음을 보라
내가 한때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기대었던 그 어깨처럼 편안하지 않은가
또다시 해변을 따라 길게 벋어나간 저 철길을 보라
기차가 밤을 다하여 평생을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서로 형행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 굳이 하나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기보다
평행을 이루어 우리의 기차를 달리게 해야 한다
기차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늘 혼자 남는다.
우리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울지 않는다
수평선 너머로 손수건을 흔드는 정동진의 붉은 새벽 바다
어여뻐라 너는 어느새 파도에 젖은 햇살이 되어 있구나

오늘은 착한 갈매기 한 마리가 너를 사랑하기를

 

 

 

 

 

 

 

 

 

 

 

 

 

 

 

 

 

첫눈   /  정호승

 

 

 첫눈이 내렸다

퇴근길에 도시락 가방을 들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렸다

눈송이들은 저마다 기차가 되어 남쪽으로 떠나가고

나는 아무데도 떠날 데가 없어 나의 기차에서 내려 길을 걸었다

눈은 계속 내렸다

커피 전문점에 들러 커피를 들고 담배를 피웠으나 배가 고팠다

삶 전문점에 들러 生生라면을 사먹고 전화를 걸었으나 배가 고팠다

삶의 형식에는 기어이 참여하지 않아야 옳았던 것일까

나는 아직 그 누구의 발 한번 씻어주지 못하고

세상을 기댈 어깨 한번 되어주지 못하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 어려워

삶 전문점 창가에 앉아 눈 내리는 거리를 바라본다

청포 장사하던 어머니가 치맛단을 끌고 황급히 지나간다

누가 죽은 춘란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돌아선다

멀리 첫눈을 뒤집어쓰고 바다에 빠지는 나의 기차가 보인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

미움이 끝난 뒤에도 다시 나를 미워한 것은 잘못이었다

눈은 그쳤다가 눈물버섯처럼 또 내리고

나는 또다시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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