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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그림 음악카페

Waiting For You - Kenny wen

Wang Ni Zao Gui (Waiting For You) - kenny wen

 

 

 

여수 무선산...!

퇴근길이면 늘상 올라보는 나즈막한 동네 뒷산에 구름좋은 일몰시간을 만났다.

그렇지 않아도 산악회 정모까지  가득 남은 시간...!

구름좋은 일몰 덕분에 사진놀이를 하면서 정모시간을 기다릴수 있었다.

 

카메라는 D-80 , 탐론 28-75

밧데리는 간당간당하다가 일몰과 함께 방전

 

아래 글들은   이원규 시인이 " 월간 산 " 에 연재한  산방한담 (山房閑談)에서 가져온 글이다.

해발 삼백미터

                              - 이원규

 

해발 삼백미터 이상에선

강간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선과 악의 경계

새들도 함부로 울지 않고

악인마저 착한 산노루가 된다.

모든 범죄는 그 아래서 일어난다.

 

왜 그런지 묻지 마라

서울역 지하도를 지나면서도

해발 일천고지를 넘나드는 사람이 있다.

 

              단풍나무 인터넷                            
                                               - 이원규
절정이야
혁명도 없이 희망도 없이
내 몸은 지금 절정이야
피아골 단풍잎들이 스팸메일을 보내왔다.

자판을 칠때마다
잎잎 푸르던 날들이 저물고
엔터키를 두드릴때마다
섣부른 낙옆들이 몸을 날린다.

밤새 단풍나무 벗 삼아
고스톱을 치다가
야, 낙장불입이야 낙장불입..!
그래, 그렇지
인생이야말로 낙장불입이야

아침저녁으로 접속하는 단풍나무 인터넷

옷 벗기 내기를  한것도 아닌데
어느새 무서리 내리고 나목이 되었다.
그래, 일단 푸욱 겨울잠을 자자 

  "  산자의 노래 "      - 이원규

                                                   - 빈 집을 찾는 후배에게

 

  함부로 도를 묻지 마라

온몸이 상처인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서

기에 빠지지도 말며

무릉도원 청학동을 찾아 헤매지도 마라

백태의 눈으로 천부경 삼일신고를 새기지 말고

명심하라 명산에 도인없다 애시당초

진인은 사라지고 삼신산에는 사기꾼들만

살모사처럼 똬리를 트는 법

밤새 동의보감 본초강목 한글본을 읽으며

함부로 약초를 구하거나 처방을 내리지 마라

진정 네 없이 아니면 사기다.

이제마의 사상의학 몇줄에 기대어

툭하면 체질을 분별하거나 함부로

뜸과 부항을 뜨고 침을 놓지 마라

조금 아는 것이 사기다 정감록을

노래하지 말고 살아보지도 않고 풍수를 논하거나

도참비기를 꿈꾸지 마라 잘 모르면 사기다.

기분에 따라 비운의 빨치산을 노래하고

머리로만 생태주의를 꿈꾸지 마라

살다보면 너무 많이 알아도 사기다.

잘못 고르면 지리산 녹차도 독이듯이

사기 천지 지리산에서 사기꾼을 면하려면

먼저 귀를 막아라 입을 꿰매어라

날마다 일찍 일어나 거울속

자꾸 꺼칠해지는 너의 얼굴을 보아라

한동안 몸이 상하지 않으면 그것도 사기다.

또 하루 살아남은 자신을 바라보며

마치 초상을 치르듯 천도재를 지내듯

날마다 거울 속으로 절을 하며 또 하루를 시작하라

최소한의 텃밭에 푸성귀나 가꾸며

내리 삼 년 아무것도 하지 마라

절대로 굶어죽지 않으니

그저 산짐승처럼 지리산에 몸을 맞추어라

빈집을 구하는 아우야

전설 속의 청학동은 많이 상한 네 몸 속에 있다.

발톱마저 꽃등불

                                                - 이원규

저승에서는 산 사람들의 발톱만 보인다는데

 

하늘재 아래 여든아홉 살의 속골댁

다 저녁 때 해진 버선을 벗다 말고

하이고, 남사시러버라.!

몽당 빗자루 같은 두 발 오므리며

못난 발톱들을 감추는데

 

할매요 이 뭐꼬, 연애하능교?

손톱도 아이고

열 발톱에 봉숭아 꽃물을 와 들였능교 ?

산 아래 삼팔장에 콩 팔러 간 할배야

하마 오십년도 넘었는데

여적지 누굴 또 기다리능교 ?

 

아이다, 그기 아이다

대문 밖이 구천인데 내사 뭘 더 바라겄노

한평생 고무신 털신

행여나 오밤중에도 버선발로 지새다가

이래 못난 내 발톱에 삼세판 꽃물을 들여 이뿌니

 

야야, 인자부터는 마

홀로 저승길, 그 깜깜한 길에도 꽃등불 환하지 않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