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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지리산 이야기/해봤어,지리종주?

지리산 종주 2017 ...그 둘째날

 지리산 종주 2017 ...그 둘째날

 

 

세석의 아침이 밝았다.
3:30분, 비몽사몽하던 고단한 잠은 4시를 넘기고서야
온전히 떨처낼수 있었다.
세석산장에 한밤을 의지했던 한무리의 산객들은 
벌써 새벽 어두운 산길로 떠난지 오래고
또 한무리의 산객은 또 한날의 고단한 여정을 위한
아침 밥상준비에 여념이 없다.
늦어버린 촛대봉의 아침
그나마 꿀꿀했던 아침하늘을 위안삼아 
 늦어진 출발을 한다.
아침은 천왕봉까지 다녀온 다음 그때도 허기가
지거든 간단한 라면이라도 먹으면 되지 않겠는가...?

묵직한 통증과 자갈굴러가는 소리를 내면서 반항하던 오른쪽 다리

한밤을 온통 휴식으로 보내고 난 다음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런지 걱정이 앞섰는데

다리는 뻐근하면서도 괜찮은듯 싶고 천근같았던 등짐은 거짓말처럼 헛짐이 되어있었다.

어제 저녁에 혼자서 똥짐을 다 비울정도로 과식을 햇더란 말인가...?

아님 난조를 보였던 지 컨디션에 따른 등짐에 대한 과민반응이였을까..?

어쨌든

오늘 천왕봉까지의 마지막 산길을 걷는것은 크게 문제될게 없이 순탄하지 않을까..?

▲ 촛대봉에서 백무동 방향, 가운데 창암산, 백운산 삼봉산이 나란히 줄지어 있다.

 

지리산 일출은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것보다는 반야봉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촛대봉에서 보는 맛이 더 좋다.

천왕봉에서 맞는 일출은 상징성에 대한 만족감이라면

반야봉이나 촛대봉 일출은 사진쟁이들이 좋아하는 멋진 그림에 더 우선하는 모습일 것이다.

물론 지리산 낙조도 마찬가지다.

반야 낙조가 지리10경으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반야봉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는 천왕봉이나 중봉 그리고 영신봉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훨씬 멋드러진다.

갈라진 반야 궁디 사이로 떨어지는 반야낙조...ㅎㅎ

 

어쨌든 오늘 촛대봉 일출은 꿀꿀한 날씨덕택에 완벽하게 감춰지고 없었다.

늦어진 지리주능의 둘째날  날씨는 다행스럽게 새벽일출 뿐 아니라 종일토록  깔끔하질 못했던것이다.

▲ 촛대봉, 장터목에서 흘러내린 능선이 갈무리 할 즈음에

다시 한번 솟아오르는 산이 백무동과 추성리를 가르는 창암산.

그 창암산 뒷쪽으로는 금대암을 품고 있는 금대산과 백운산 ,

그리고  좌우로 길게 장막처럼 늘어져 있는 산은 삼봉산

삼봉산 오른쪽 뒷편 희미하게 보여지는 산이 덕유산이다.

그리고 왼쪽 하늘끝 희미하나마 봉긋봉긋 솟아오르는 봉우리들은

황거금기(황장산 ,거망산, 금원산, 기백산) 쯤 되지 않겠는지...?

 

▲ 이른 아침,  촛대봉에서 보여지는 산그리메...!

 

 

 

 

 

 

 

한가하고 여유로운 평일날의 촛대봉
이른 아침 찬바람을 막아줄곳이 없을 뿐더러
꿀꿀한 날씨 덕택에 굳이 오래 머물러 있을 필요도 없다.
등허리에 땀이 식기전에 천천한 출발을 시작하자
6시 출발
7시 즈음이면 장터목에 도착을 할수있지 않을까..?
천왕봉까지 왕복 시간 반
그리고 잠깐동안의 휴식이나 아침 식사
9시 장터목 하산시작
12시 백무동 하산완료
나름 계산해보는 오늘의 산행 일정이다.

 

 

 

 

 

예전에는 바위 뒷편에 터줏대감처럼 반백의 고사목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살아천년 죽어천년을 간다던 고사목도 그 명을 다하고 흔적없이 지 자리를 떠났다.

고사목 한구루와 제석봉 그리고 천황봉이 참 잘 어울렸는데 .... 없어진 자리가 너무 허전하다.

 

가을과 겨울에는 유독 이 고사목 앞에서 누구나 한번씩 자리를 잡았던  지리산 포토존이였었다.

 

▲ 연하봉에서 연하선경길을 담았다..
   지리산 연하선경길은
   설익어서 풋내나는 봄날보다는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순백으로 익어가는 초가을, 
   몰래  숨겨둔 짝사랑을 만나러 가는것처럼
   가슴 설레게 하는 길이다.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9월 초,
   지리산의 가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 중 하나이다.
   오늘도 이길에서 만난 산님은
   구절초꽃은 어떤색이냐고 물으시더라..!
   해서
  구절초와 쑥부쟁이도 구별못하는 너하고는 절교다


한없이 피곤했던 두 다리

달달한 주님에 빌붙어 곤한 잠을 청하고 나면 100%의 충전을 보일수 있을까..?

싶었는데 100%의 충전은 아닐지라도 꽤나 많은 회복을 보였던 모양이다.

혼자하는 산행,  유일한 산행지기였던 니콘이와 노닥거리는 일 이외에는 발품을 쉴수 없었던  둘째날의 불안한 산행

아무리 게으른 산행이였다고는 하지만

 세석에서 장터목산장까지  시간 반만에 도착하는 평균이상의 정상적인 성적을 보여주었다.

 

한적하기만 평일날의 장터목 대피소

장터목까지 무사히 도착을 하게되면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서 중봉을 갈것인지 중산리로 내려갈것인지

아니면 천왕봉을 다녀와서 백무동으로 내려갈 것인지를 지 맘 내키는데로 선택을 하겠다는 오늘의 종주길

결국

종주길의 산행지기인 니콘이만 데리고 천왕봉을 다녀와서 백무동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최대한 빨리 하산을 해서 아이들도 데려와야 하기도 했거니와

집으로 가는 대중교통편이 가장 무난한 곳이 백무동이기 때문이다.

▲ 통천문 상단에서 보는 모습으로 겨울과 가을모습이
    최고로 이쁜 곳이다.
▲ 통천문

 

 

 

▲ 천왕봉 오름하는 깔딱오름길에서 지리지리한 주능선을 담았다.

바로앞 제석봉에서부터 촛대봉 영신봉 그리고 벌리 반야봉과 노고단 ,

다시 오른쪽 하늘끝으로 만복대와 고리봉 바래봉까지...

 

 

▲ 천왕봉 도착 직전,  

아직도 때늦은 참꽃이 남아있길레   다음번 산행지인 금대암과 삼봉산을 뒷 배경으로 담았다.

삼봉산 뒷편으로는 남덕유와 향적봉도 구분할수 있던데

산행지기인 니콘이가 보는 눈으로는 구분해 낼수가 없다.

 

 

▲ 천왕봉 정상에서 보이는 중봉과 하봉

 

 

 

▲ 천왕봉 1915m

 

도데체 이 천왕봉이라는 돌덩이 앞에는 몇번씩이나 서게되는 것일까....?

주말 일요일에는 서로 앞다퉈 인증샷을 찍겠노라라 마음상하는 불쾌한 언성들이 오가는 지리산 천왕봉

평일 월요일인 이날은 한없이 한갓지고 여유로워서 좋다.

 

 

 

 

 

▲ 제석봉 내려가는 길에 산님이 올라오는 모습을 기다렸다가 노우앵글속에 포함을 시켰다.

이번 종주길에서 지루하게 걸어왔던 노곤단에서 반야궁디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주능선,

영신봉과 촛대봉이  거짓말같은 모습으로 아스라하게 늘어져있다.

 

이번 종주길에서 은근히 기대했던 주능선의 철쭉들

다른때 같았으면 지금 6월 첫주면 지리 주능선들에서 가장 절정의 개화를 보였을법도 하건만

올해는 유독 개화시기가 빨랐던듯 싶다.

 단골손님처럼 찾아오는 꽃샘추위도 없었고,  푸근하기만 했던  봄 날

따뜻한 날씨를 자양분삼아 개화시기가 상당부분 앞당겨진 것은 아닌가 싶다.

철쭉이라는 꽃은 하루가 다르게 피고 떨어지는 터라 , 개화의 절정을 맞춘다는게 결코 쉽지는 않을 터

그나마 끝물처럼 남아있었던 지리산의 연분홍 철쭉은

반야봉과 이곳 제석봉에 눈요기꺼리만큼만 남아서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정규 등로  한켠에 비켜 자리잡은 연분홍 철쭉들

어쩔수 없는 월담을 해서 번개같은 도촬를 하는  수고로운 발품을 팔았다.

▲ 제석봉 내림길에서 제석단으로 스며드는 샛길에는 아직도 연분홍 철쭉이 절정의 개화를 보이고 있다.

하늘 구름은 꿀꿀해도 멀리 반야봉과 노고단은  연분홍 철쭉 너머로 선명하게 조망이 된다.

 

▲ 장터목 대피소에서 백무동으로 하산중에 보였던 덕유산,

가장 뒷쪽 희미한 올망졸망 봉우리가 남덕유를 위시한 향적봉이다.

 

  

▲ 거북바위? , 망바위?
    세석부터 시작한  지리종주 둘쨋날
   이른 아침에 세석에서 먹었던 팟빵이
   오늘 에너지 충전에 필요한 양식의전부였던터라
   이곳 망바위 내림길에서는
허기진 체력을 보이기 시작한다.

  원 계획은 천황봉 왕복후 장터목에서 소시지와 라면으로
  아침을해결할 요량이였는데...
  여수에서 아이들 픽업해야 할 임무가 남아있다는 이유로
  애써 빈속으로 서둘러 내려섰던게 결과적으로 더 많은
  공복과
허기진 체력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해서 , 
  이곳 망바위쉼터에서 간단하게나마 요기를 하고 간다.
 소시지2개, 소주2컵 ㅎㅎ

   ▲ 윗쪽 사진은 소지봉  삼거리  
   ▼ 창암사거리
    소지봉에서 창암산으로 직진, 창암사거리(상재)나
    윗장구목에서 백무동으로내려설수 있다.
    아래사진은 창암사거리로 백무동에서 나고 자라신분
    말씀으로는 윗 갈림길이 상재고 아랫갈림길은
    윗장구목(하재)이라 한다.
    윗장구목은 두지동으로 가는 길이고 상재는
    칠선폭포로 가는 길

 

 

▲ 창암사거리 조금 지나면 만날수 있는 망바위, 이곳 망바위에서는 칠선의 속살을 온전히 볼수 있는 곳이다

.

 

◀ 백무동 버스승강장 아래 마지막 펜션  옆이 백무동에서
   두지동으로 넘어가는 길의 들머리이다.
   예전에는 칠선으로 넘어가는 샛길탐방로였는데
   최근에는 백무동에서 윗장구목을 경유해서 두지동으로
   넘어가는 등로를
정규탐방로로 개방을 하였다.
   백무동에서 두지동까지 2.7km
   물론 윗장구목에서 창암산으로 내려설수도 있으나 시원한     조망권은 없다고 한다.
   오늘산행계획은 소지봉에서 윗장구목까지 내려설까
   싶었는데
잠시만의 방심으로 창암사거리에서 백무동으로     하산을 하게 되었다.
▲ 백무동에서 마천 경유 인월까지 버스 시간표
   백무동에서는 거의 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출발을 하고
   인월에서 남원가는 버스는 수시로 출발을 한다.
   남원에서는 버스터미널과 남원역
   각자 유리한 선택을 하면 될 터...!

산행후기..? 산행 후유증...?

너무 오랜만에 허기진 지리 지리한 산을 둘러본 맘이야 한없이 오지고 뿌뜻하지만서도

무르익지 못한 체력으로 감행한 욕심같은 산행이였지 않았나 싶다.

 

부실한 오른쪽 무릎은 부어 올랐고 종아리 근육은 절룩거릴만큼 뭉쳤다.

늘상 들어야 하는 자갈 굴러가는 소리는 쬐끔 줄어드는듯 싶더니만 이번 산행후 더 심해졌다.

해서

이틀동안 소염 진통제 먹고, 바르는 약도 듬뿍 발랐다.

점심시간마다  운동삼아 뒷산 둘레길을 돌던 일정도 잠정적 중단

당분간은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지 싶다.

 

갈증같았던 지리산

이제 절대 지리종주같은 단순 무식한 산행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지리에 발길을 끊겠다는 것인지...?

또 가고싶다는 강한 역설인지...?

 

▼ 남원에서 구례구역으로 가는 도중에 보이는 섬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