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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산 이야기/대한민국 100대 명산

무주 덕유산 , 100대명산 그 스물네번째 산행

무주 덕유산연분홍 철쭉길을 걷다.

▣ 일시 : 2023년 05월 13일(토요일)

▣ 산행코스 

     원계획 : 삼공리 - 칠봉 - 설천봉 -  향적봉 - 중봉 - 백암봉 - 지봉삼거리 - 백련사 

     실산행 : 삼공리 - 칠봉 - 설천봉 -  향적봉 - 중봉 - 오수자굴 - 백련사

산행지기 : 여수 길동무 100대 명산 정기산행( 4명)

▣ 이날의 기억꺼리

     - 날씨는 아침에는 맑고 좋더니만  정오 때는 구름 많고 박무, 하산시점인 오후에는 다시 밝아짐

     - 덕유산 산행의 비수기였던 탓에 북적거리지 않고 한가함

     - 출발지인 삼공리는 무르익은 연초록의 봄날이고 정상에는 아직도 늦어진 겨울이 떠나질 못하고 있는 상태

     - 칠봉에서 설천봉까지 오르는 스키장에는 지금보다는 더 늦어지는 6월 중순 이후에는 야생화가 만발하지 않을까..?

     - 인월담에서 칠봉으로 오르는 코스에서 만나는 연분홍 철쭉이 만개를 했다.

     - 백련사 도착 후 삼공리까지는 친환경 전기차인 셔틀버스를 이용

 

 산행코스: 삼공리 - 인월담- 칠봉 - 설천봉.향적봉 - 오수자굴-백련사
   -  돌머리의 산행일지 - 
05 : 00 여수 여서동 로타리 출발
07 : 30 구천동 삼공리 주차장 도착(간단  식사)
07 : 45 출발
08 : 10 구천동 어사길 들머리(백련사4.9km)
08 : 30  인월담 (백련사쪽으로 10분정도 알바)
09 : 05 산죽길지난 능선안부
             - 휴식 및 새참(40분 휴식)
10 : 00 석간수 약수터( 3종세트 철계단 시작)
10 : 40 칠봉 헬기장
11 : 05 스키장 합류
11 : 45 설천봉
11 : 55 설천봉 레스토랑, 점심
12 : 45 출발
13 : 05 향적봉 정상 1614m( 100대명산 인증 )
13 : 15 향적봉 대피소
13 : 40 중봉
14 : 22 오수자굴 - 휴식 30분 정도
15 : 35 백련사 - 산행종료
16 : 00 셔틀버스로 관리사무소까지 이동
            - 관리사무소에서 주차장까지 도보이동
16 : 40 출발
19 : 20 소호동 식사  ( 장수회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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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상거리 : 15km
 
( 산길1.5km, 어사길 알바 1.0km,
    관리사무소에서 주차장까지 1.5km 포함)
▣ 산행시간 : 8시간 00분( 휴식, 점심시간 포함 )

▣ 각 구간별 도상거리 :

     -  칠봉 - 향적봉 - 백암봉 - 황경재 - 백련사 : 22.7km 정도 / 산행시간은 7-8시간 예상

     - 칠봉 - 향적봉 - 중봉 -  오수자굴 - 백련사 : 19.2km  / 산행시간은 7-8시간 

    ※ 삼공리 - 인월담 : 1.5km , 평길 트레킹코스,, 백련사까지

     인월담 - 칠봉 : 2.2km , 이번산행에서 가장 힘든 된비알 오름길

     칠봉 - 설천봉 : 2.9km , 산죽과 스키장 슬로프 따라가는 스키장 겸 등로

    설천봉 - 향적봉 : 0.6km , 그냥 고만 고만한 길

     향적봉 - 중봉 : 1.1km , 그냥 그냥 편안한 길

     중봉 - 오수자굴 - 백련사 : 4.2km , 중봉에서 오수자굴까지 급경사 내림길, 백련사까지는 쉽지 않은 너덜 바위길

     중봉 - 백암봉 ; 1.0km , 덕유평전으로 덕유산에서 가장 이쁜 길

    백암봉 - 횡경재 : 3.2km , 오르락 내리락

    횡경재 - 백련사 : 3.5km , 등로 흔적을 알 수 없는 비탐방 묵은 옛길,  들머리는 등로 아님 표지석이 들머리이다.

    백련사 - 삼공리 : 6.5km , 길고 지루한 평길

무주 구천동 삼공리 07:30

아침 일찍 출발한 차량은 잡다한 망설임이나 게으름 없이  달렸던 탓에

예상시간보다 10분 빠른 2시간 30분만에 무난한 도착을 했다.

삼공리에서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길고 지루한, 볼 것 없었던 길

실 산행은 백련사에서부터 시작되는 향적봉 오름길

산행 출발할 때와 끝날 때까지도 어김없이 걸어야만 하는  지루한 곤욕을  길

이 짜증과 곤욕의 길이 싫어서 발길을 끊은 지가 기억도 없이 가물하다.

짜증과 힘듬이 쌓여 편견과 기피를 하게 되고 기피했던 시간이 쌓여서

무관심의 산행지가 된 곳이 이곳 무주 구천동이었던 것이다.

이런 무주구천동에 획기적인 반전 같은 어사길이라는 그럴싸한 계곡 트레킹코스가

새롭게 만들어져서 새삼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지리산 대원사계곡길 같은 느낌

 

산행은 삼공리 상가지역 상단에 주차를 하고 허기지지 않을 만큼의 간단 식사와 함께 

08:45분에 출발을 한다.

 

 

08:10 구천동 어사길 들머리

구천동에서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획기적인 반전 같은 계곡 트레킹 코스

어쩌자고 이런 멋스러운 길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ㅎㅎ

예전의 지루한 도로를 걸어 나가던 짜증이 아직까지도 머릿속 깊이 각인이 되어 있어서

이곳 백련사 코스는 늘 터부시 하곤 했었는데..

생각칠 못했던 신박한 반전을 만났다.

지금의 연초록 봄날보다는 시원한 계곡의 여름이거나  오색단풍의 가을이면

더더욱 멋들어질 이 길.

이름하여 구천동 어사길이라 했다.

계곡길 따라 이어지는 욕심 없는 멋진 트레킹을 가을의 정점에 와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으면서

구천동 어사길 들머리를 통과한다.

무주구천동계곡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에 위치한 무주 구천동 계곡은

덕유산국립공원(1,614m) 북쪽 70리에 걸쳐 흐르는 계곡으로 입구인 라제통문을 비롯하여

은구암, 와룡담, 학소대, 수심대, 구천폭포, 연화폭포 등 구천동 33경의 명소들이 계곡을 따라 위치해 있다.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은 삼복 더위를 잊게 해 주며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가을철의 단풍과 겨울철 설경 등 사시사철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

 

무주구천동 어사길
구천동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기행문 [향적봉기] 라는 기행문에 구천명의 승려들이 수도하던 곳이라고 기록된 것에서 유래하였다. 

구천동 어사길은 백련사까지 5.0km 구간으로 덕유마을이 형성되기 전부터 지역주민이 이용하던 길로

현재에도 과거 집터의 흔적이 남아있다. 

조선시대 유명한 암행어사였던 박문수가

구천동에서 자신의 위세만을 믿고 이웃 주민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자들을 벌하고 사람의 도리를 바로 세웠다고 하여

어사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인월담 08:30

어사길을 따라 오르면 칠봉과 백련사로 갈리는 삼거리이다.

구천동에서 1.5km

까마득한 먼 옛날의 기억으로는 백련사 방향으로 한참을 올라갔었던 기억만 남았던 탓으로

생각 없이 나무육교를 건너서 백련사 방향 을로 계속 직진을 하게 되었다.

지루했던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올랐으면 쉽게 이정표를 찾고 버벅거리지 않았을 것도 같은데..ㅎㅎ

어쨌든 

백련사방향 어사길을 10여분 오른 후에 다시금 싫지 않은 알바길을 되돌아와서 

정상적인 칠봉코스를 되찾아 오른다.

알바치고는 결코 싫고 억울하지 않았던 알바시간, 

덤으로 잠깐이나마 그리 좋다는 구천동 어사길을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구경을 하지 않았던가..ㅎㅎ

이곳 인월담에서 칠봉까지 2.2km

인월담 삼거리에서 시작되는 칠봉 오름길

초반의 물먹은 습한 숲길을 지나면 키 작은 산죽길을 만나고 

곧이어서 능선 안부에 도착을 한다.

이 키작은 산죽길이 끝나는 안부에서부터는 본격적인 능선오름길이 시작되고

이 능선길은 칠봉까지 줄기차게 된비알 오름길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나  칠봉코스의 최대 난코스인 철계단 3종세트를 만나는 것은 더더욱 버거운 된비알 오름길이 될 것이다.

 

이곳 능선안부 시작점에서 잠시 아니.. 한참을 쉬어간다.

아침도 생략한 빈속으로 출발한 오늘의 산행

막걸리 두병과 조그마한 족발 그리고 달달한 과일로 허기진 뱃심을 달래 보는 것이다.

10:00 칠봉 오르는 등로에서 만나는 샘물

이 샘물은 다른 샘터와는 달리 바위 틈에서 떨어지는 말 그대로 석간수다.

관리만 되고 있으면 명품 물맛일 듯싶은데 , 무슨 연유인지 식수로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지리산의 대표적인 석간수인 연하천 가는 길섶에서 만나는 총각샘은 얼음처럼 시원한 명품 샘터 였는데

이곳 칠봉으로 오르는 석간수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단지 사용금지 팻말 한마디에 그  어떤 사람도 물을 먹어볼 욕심을 내질 않는다.

모는 산객들이 지 몸 아끼는, 혹시나 먹어서 병이라도 생길까 봐 겁먹은 소심함은 아니겠는지..ㅎㅎ

하긴

이곳에 뱀이 들어가 수영을 하는지, 개구리 놀이터가 되는지 도데체 알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먹지 말라면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다만

이곳 석간수 앞의 너른 공터와 또 다른 공터에서는 비박을 즐길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되어줄 것임에 틀림없다.

칠봉코스의 최대 난적인 철계단 3종세트

그중 첫 시작은, 석간수를 지나면서 첫 번째 철계단이 바로 시작된다.

가장 길면서도 경사 급한 철계단의 난감한 오름길

아주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졌을 이 철계단

교행 하는 폭도 좁아서 중간중간에 교행 할 수 있는 짜투리 길섶을 만들어 두었다.

산객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지만 줄지어 오르내리는 산악회 팀을 만나면

이곳도 어지간한 산행정체로 짜증스런 언쟁이 오가는 곳이 될 곳이기에 충분한 곳이지 싶다.

이런 끝없는 철계단길을 만나면 얼마 남았는지 가늠하기 위해  고개 들어 계단 오름길을 절대 올려다보지 말고

무조건적으로 땅만 쳐다보면서 올라야 하는 것이 나름 나란 녀석의 계단 오름길에 대한 철칙이다.

한 번 두 번 올려다볼수록 다리힘을  맥없이 풀리고 의지는 순식간에 꺽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백련사에서 향적봉으로 코 박고 오르는 직벽 같은 오름길도 대략 난감한 길이여서  

백련사길보다는 이곳 한적한 칠봉코스를 선택해서  스키장 슬로프를 만나고

스키장 슬로프의  고산 트레킹 길에서 다양한 야생화들과 함께하는 산행도

덕유산 칠봉코스만이  주는 아주 색다른 즐거운 코스로 추천하고 싶다.

 

 

인월담에서 칠봉으로 오르는 악명 높은 철계단 3종세트 중 두 번째와 마지막 세 번째

이 3종세트 철계단은

첫 번째가 가장 길고 두 번째 세 번째로 갈수록 짧고 간결해진다.

그중 

두 번째와 세 번째 철계단길에서는 남도의 선 붉은 철쭉이 아닌

새색시 홍조 같은 연분홍 철쭉의 만개한 모습을 만나게 된 것은 그나마 힘겨운 오름길에 대한 보상 같은 즐거움이다.

덕유산 철쭉

5월 초순에서 중순까지 피는 제암산, 일림산, 황매산, 바래봉 철쭉은 붉고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반면.

5월 말에서 6월 초순사이에 피는 

대표적 고산지역인 소백산과, 덕유산, 그리고 지리산 세석평전의 철쭉은 낮은 산의 철쭉과는 달리

수줍은 새색시의   홍조같이 은은한 연분홍 색으로 옅고 수수하게 피여 나는 것이 나름의 특색이다.

 

그 은은한 연분홍 덕유산 철쭉은

향적봉에서 중봉에 이르는 구간과 중봉 부근, 그리고 중봉에서 백암봉에 이르는 덕유평전이 유명하다고 한다.

철쭉밭에서 해가 뜨고 철쭉밭에서 해가 진다는 덕유산 철쭉,

그러나 

지금은 생태계의 혼란으로 주능선인 중봉이나 덕유평전에서는 

덕유산의 은은한 연분홍 철쭉은 거의 만나 볼 수 없다고 한다.

예전의 무성하던 군락은 언제부터 가는 그 흔적들이 사라지고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생태계의 혼란이라 함은

겨울이 예전만큼 춥지 않고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서 가뭄에 고사를 한다는 것이다.

이 가뭄에 고사를 하는 것은 철쭉뿐 아니라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구상나무도 마찬가지다.

덕유산이나 지리산의 고산지대 주요 수종을 이루는 구상나무가 죄다 말라죽어가는 것도 같은 연유라고 한다.

 

그 유명했던 덕유산 고산지대의 연분홍 철쭉을

생각지도 못했던 칠봉코스의 악명 높은 철계단 3종세트 구간에서 만난 것은 행운 같은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칠봉 정상이자 묵은 헬기장 10:40

덕유산의 정규등로이면서도 비등로처럼 숨겨져 있는 칠봉오름길

그 옛날 스키장이 생겨나기 전에는 이 칠봉코스도 꽤나 많이들 찾고 철쭉산행지로 유명했던 곳이다.

다만

지금에 와서는 스키장슬로프와 만나면서 겨울이면 등로가 칠봉 이후로는  차단이 되기 때문에

 칠봉코스를 이용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등로가 희미해지고 산꾼들의 걸음에서 잊히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겨울 이외에는 이곳 칠봉에서 설천봉으로 이어지는 스키장 슬로프가 

고원지대의 야생화 트레킹 코스의 색다름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한 번쯤 찾아 볼만한 곳이다.

참고로

칠봉은 일곱 개의 봉우리가 순차적으로 도열 해 있어서 일곱개 봉우리 즉 칠봉이라 이름한다고 한다.

그 일곱개 봉우리 중 최 상단을 칠봉이라 이름했고 이곳에 묵은 헬기장이 칠봉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덕유산 칠봉 오름길의 연분홍 철쭉

덕유산 야행화를 몇 개 담았다. 

덕유산의 화사한 연분홍철쭉과  칠봉정상에서 만나는 키 작은 구슬붕이, 그리고 노란 병꽃골무꽃

칠봉 헬기장에서 스키장 슬로르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산죽길

찾는 사람이 많칠 않아서 발길을 방해하는 까칠한 산죽이 길을 독차지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을 했는데

이번 산행 때는  고맙게도 공원에서 깔끔하게 벌초를 해 주는 고마운 수고를 해 주었다.

 

보통의 생각으로는 이곳이  비법정등로로 묶여 있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웬일인지 계속해서 정규등로로 개방을 하고 부지런한 관리를 해 주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겨울철에는 산꾼들이 칠봉 코스로 올라 스키장 슬로프와 만나면서 크고 작은 언쟁들이 오가는 곳이면서도 

비법정등로로 묶지 않고 개방을 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생태계를 보전을 위한 출입통제..?

산꾼들의 안전을 무시한 등로 개방..?

이것도 저것도 아닐 것이면, 스키장 슬로프 옆으로 등로를 따로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칠봉에서 설천봉으로 오르는 스키 슬로프 등로

아주 색다르고 신박한 산행을 해 볼 수 있는 곳이 이곳 스키장 슬로프를 오르는 산행이 아닐까 싶다.

겨울이면 스키어들이 스키장을 오르는 산꾼들을 신박한 모습으로 쳐다보기도 하겠지만

그 이외의 계절들에서는 이곳에 각 계절에 맞는 야생화들이 화려하게 피어나곤 하는 곳이다.

이 야생화 트레킹 길을 따라 올라서 설천봉에 도착을 하고 향적봉에 오르면

색다른 산행, 잊히지 않을 색다른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

또한 스키 슬로프 구간은 시원하게 뚫리는 조망토한 일품이겠지만

오늘은 박무와 구름에 가려서 어느 방향으로든 알만한 산군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칠봉에서 느슨한 산죽길을 따라 스키장슬로프에 도착을 하면

슬로프길을 따라 설천봉까지는 천천한 걸음으로 40 여분 소요가 된다.

칠봉에서 설천봉으로 오르는 도중 중간지점에서 보이는 조망터

오른쪽 완만한 봉우리가 칠봉이고

그 뒤쪽으로 6개의 봉우리를 더해서 칠봉이라고 한다

멀리 뒤쪽으로는 황거금기와  허기진 나의 지리산도 찾아볼 수 있을 듯싶지만

오늘은 도무지 사방을 분간할 수 없다.

설천봉에서 보이는 스키장과 칠봉 11:45

생각에는 덕유산 향적봉의 봄은 아직 멀었다손 치더라도

칠봉 지나는 스키장 슬로프에는 봄이 한참 올라와서 봄 야생화들이 만발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아직은 시기상조로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었던 모양이다.

그나마 간신히 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란 민들레만이 가득했다.

설천봉 레스토랑
겨울날의 설천 레스토랑은
북적북적 긴 줄들이 이어진다는데

비수기였던 이른 봄날에는
한없이 한가한 우리들만의 전용 레스토랑이 되었다.

점심은 국밥과 돈까스,
그리고 막걸리 1병과 커피

아마도 산행중 먹어보는 최상의 식단과
다시는 만날수 없는
잊지못할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맛이야  땀흘린 고생의 댓가로 먹는만큼
어떤것이든 다 맛 있을터..!

그래도
나름 객관적으로 평을 한다면
고만고만
나쁘지 않고 괜찮았다는 것

하긴
산행중이 아니더라도
이런 돈까스를 먹어본 기억이 언제쯤인지..?
게다가
산행 중
이런 돈까스 밥상을 만난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할 신박한 일이 아니겠는가..!
오늘
덕유산 설천봉레스토랑의 점심메뉴 선택은
산행중 두번다시 만날 수 없는
잊지못할 신박한 선택
 기억으로 남을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11:45분에 도착한 설천봉

레스토랑에서 점심과 과한 커피타임까지 지나고 나니 12:45분이다.

처음 계획은 12:00분에 향적봉을 출발해서 중봉과 덕유평전을 걷고

백암봉에서 백두대간길인 지봉도착직전의 묵은 옛길을 따라 백련사길로 합류를 할 계획이었는데

확실하지 않은 묵은 옛길에 대한 부담과 늦어진 시간을 빌미로 꼭 가보고 싶었던 덕유평전길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중봉에서 오수자굴 쪽으로 바로 하산하기로 하고 향적봉을 향해 출발을 한다.

    설천봉에서 향적봉 길  0.6km는  동네 강아지들도 올라가는

그냥 고만 고만한 길이라 했거늘

무식하게 배를 체워넣은 점심 덕분에 오늘 산행 중 최고로 힘든 

난이도 최상급의 구간이 되었다.

이  짧은 구간에는 이른 봄에 피여 나는 진달래는 맘껏 녹아내리고 있었고

늦은 봄에 만개를 하는 철쭉은 아직 추위에 지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질 못하고 꽃망울만 간신히 머금고 있었다.

이번 덕유산 산행시기를 맞춤에 있어서

어쩌면 이도저도 아닌 잼뱅이 같은 선택이 되어버린 아쉬운 선택이 되었다.

더불어 하늘 날씨까지도 먹구름에 덮였으니

  보이는 풍경과 , 담아낼 사진까지도  설상가상으로 아쉽기만 덕유산 산행길이다.

덕유산 향적봉 정상은 1,614m로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한다.

한라산 백록담(1950m), 지리산 천왕봉(1915m), 설악산 대청봉(1708m), 이  랭킹을 다투는 일순위의 산군들이고

그다음이 이곳 덕유산으로 우리나라 랭킹 4번째에 해당하는 고산이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계방산(1577m)과  함백산( 1573m)이 순차적으로 그 뒤를 잇는다.

덕유산 하면 겨울 눈꽃과 첩첩산중의 산그리메가 일품이었던 산이였는데

오늘은 어쩌자고 이렇게 사방으로 완벽하게 잿빛 하늘과 구름에 잠기고 말았을까..?

 

 

100대 명산 여수 길동무

그 스물네 번째 산행은 무주 덕유산 향적봉이다.

덕유산은 향적봉과 남덕유산은 봄날보다는 한겨울 눈꽃으로 유명하거니와

대부분의 산행이 겨울에 맞추어져 있어서 싱그런 연초록의 덕유산을 찾아본 기억이 없다.

해서

애써 덕유산 향적봉의 봄날에 100대 명산 그 스물네번째 인증 우선순위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여수 길동무 100대명산 도전

그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하기를 바랐던 여수 길동무

헌데

갈수록 그 끝이 미약해지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게 나를 마음 아프게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길동무는 없고 , 알게 모르게 비워 나가는 자리만 크게 느껴지는 게 

어쩌면 현존하는 산악회의 보편적인 모습인 듯싶어서 변명 같은 위안을 삼아 본다.

다만

시작한 산림청과 블랙야크 인기명산 100 선

더 나이묵고 체력 떨어지기 전에 더 이상의 이탈 없이 완주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13:15 향적봉 대피소

참...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대피소가 아닌가 싶다.

지리산 주능들에서 만나는 호텔급 대피소에 비하면 이곳 덕유산의 삿갓재대피소와 향적봉 대피소는

오지산간의 초막집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굳이 1박을 해야 할 만큼의 장거리 산행지가 아니거나 종주의 의미가 없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문제다...!

참고로

우리나라 산꾼들의 신박한 3대 종주라 함은

지리산 화대종주와 덕유산 육구 종주 그리고 설악산 대종주가 그것이다.

암튼 1:00 점심시간을 기점으로 덕유산 향적봉 대피소를 지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고사목

이상기온과 생태계의 혼란으로 살아 천년을 간다는 구상나무는 그 수명들이 턱없이 단축이 되었고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던 고사목 또한 풍성하던 곁가지들을  하나 둘  털어내고  몽당연필 같은 몸통만이 남아서

멋스럽던 옛 시절을 회상하며 간신 하게 버티고 있다.

그나마 한겨울의 북풍한설과 매서운 칼바람이 얼어붙어 있을 것이면 

덕유산을 지키는 고사목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도 있었겠지만

옹색한 봄날에는 이도 저도 아닌 옹색함만이 남아서 

지나는 산객들의 발길과 눈길을 멈추게 하질 못하고 있다.

 

날씨가 맑은 날이었으면 이 고사목지대는 멋진 뷰를 보여주는 사진 포인트였으리라

고사목 뒤쪽으로는 향적봉에서 남덕유산까지 이어지는 덕유산 주능이 아스라이 보여줄 것인데

오늘은 봄날의 연푸른 색감도 장쾌한 주능의 모습들도 보여주질 않는다.

중봉에서 보이는 덕유평전의 유순한 길과 구름 속에 장막처럼 연무 속에 가려진 무룡산

향적봉에서  중봉까지 1.1km , 그냥 그냥 편안한 길

중봉에서 백암봉까지 1.0km , 덕유평전으로 덕유산에서 가장 이쁜 길

사실 

오늘 산행에서는 칠봉에서 설천봉까지 이어지는 스키장 슬로프의 야생화와

중봉에서 백암봉까지 호젓하고 살방하게 걸어볼 수 있는 덕유평전을 염두에 두고

덕유산 향적봉과 백암봉까지 이어지는 쪼끔  돌아나가는 장거리 코스를 선택했었다.

딱히 가을날의 억새길이 아니더라도

고산의 연초록길도 한없이 이쁜 길이 아니었을까 하는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또한 이곳 중봉에서 바라보는 덕유평전의 아스라한 길은

한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멍 때리며 쉬어가도 좋은 꿈속을 걸어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리산의 연하선경길 같은....

 

원계획으로 산행을 했을 것이면

중봉에서 백암봉까지의 편안한 오솔길을 걷고 백암봉에서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지봉 쪽(사진에서 왼쪽능선)으로 방향을 틀어서

지봉정상에 오르기 직전의 묵은 옛길을 따라서 백련사에 원점회귀를 했을 것이다

덕유평전과 백암봉을 포기하고 중봉에서 오수자굴을 경유 백련사로 하산하는 내리막길

덕유산 백련사를 기점으로 향적봉을 오른 다음 중봉을 경유 다시금 백련사로 원점회귀하는

가장 무난한 코스가 이곳 오수자굴 코스가 될 것이다.

산악회 안내산행일 것이면 다양한 코스의 선택이 가능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덕유산 산행은 선택의 폭이 여타 한 고민이 필요 없을 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중봉에서 오수자굴로 내려가는 길은 고만고만한 급경사 내리막길

덕유산 주능에서 하산하는 그 어떤 코스든 다 고만고만한 급경사로 이루어졌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터

그나마 이곳 오수자굴 코스는 그래도 무난한 내리막길 중 한 곳이다.

중봉에서 오수자굴까지는 40 여분 소요된다.

14 : 20 오수자굴은

한겨울 동굴 안에서 역고드름이 생기는 기현상으로 유명한 곳이다.

오수자라는 스님이 수도를 했다는 연유로  전설의 고향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은 그냥 그렇다 치고

역고드름이  첨탑처럼 생겨나는 신묘한 원인은 무엇일까..ㅎㅎ

아마도 바위틈새에서 석간수처럼 떨어지는 물방울이 한 겹 두 겹 얼어붙어서 

바닥에서부터 얼어붙어오는 고드름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오수자굴 동굴은 아주 습하고, 높이는 사람키보다 훨씬 높은 천장을 가지고 있다.

오수자굴에서 스님이 오랫동안 수도를 했을 것이면 그때 그 스님은 폐평으로 죽었지 않았을까..ㅎㅎ

어쨌든

중봉에서 오수자굴까지 내려오는 길은 40분이 소요되었고

이곳에서

오늘 마지막 남은 간식과 얼음맥주로 쉬어간다.

 

덕유산 산행은 

도상거리만 길 뿐이지 실 산행거리는 생각보다 짧은 곳으로 편안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칠봉오름길이거나, 백련사에서 설천봉만 오르고 나면 나머지 구간에서는

큰 부담 없이 살방하게 고산 트레킹을 즐길 수 있을뿐더러

하산 기점인 백련사까지 도상거리가 크게 길지 않기 때문이다.

오수자굴에서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2.0km 남짓한 거리

겨울 눈 쌓인 등로만 걸었던 길을 봄날 눈 없는 너덜길을 걷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까칠한 구간이었다.

순탄하면서도 다듬어지질 않은 까칠하고 위태한 너덜길

잠깐만 방심하면 큰 부상과 연결될 수도 있겠구나 싶은 길이라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특히나 산행 마무리 시점이라서 다리에는 힘이 풀리고

머리에서는 안이한 방심이 크게 자리 잡고 있을터

조심할 일이다.

이런 너덜길을 30분 정도 더 진행을 하면 오늘의 산행 날머리인 백련사에 도착을 하게 된다.

15:35 백련사입구, 구천동 어사길 종점이자 셔틀버스 승차장에 도착을 했다.

산행시간은 8시간 정도

덕유평전을 눈앞에 두고 그 길을 걸어보질 못한 것은 못내 아쉬운 마음이 가시질 않지만

오늘도 무탈하고  건강하게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같이 해준 길동무님들께 깊은 감사와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오늘도 두서없는 기나긴 지 혼자만의 산행기를 마무리한다.

 

백련사에서 삼공리 주차장까지 올해부터 운행 중인 친환경차인 전기 셔틀버스는

16:00분이 마지막 운행시간으로 운임은 무료로 탑승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