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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산 이야기/대한민국 100대 명산

해남 두륜산. 100대명산 그 스물여섯번째 산행

 

해남 두륜산짙은 곰탕능선길을 넘다.

일시 : 2023년 07월 08일(토요일)

산행코스 : 대흥사 - 북미륵암 - 오심재 - 노승봉 - 가련봉 - 만일재 - 두륜봉 - 진불암 - 일지암- 대흥사

산행지기 : 여수 100대명산 길동무 회원 4명

도상거리 및 시간 : 대략 8.0km 정도 /  6시간 15분( 충분한 휴식시간 2시간 30분 포함 )

두륜산 산행메모 :

 - 길동무 100 명산 그 스물여섯 번째 산행

- 지리산 계획이 우천으로 취소되고 그 대안으로 우중산행으로 두륜산 산행을 하게 됨

다행히 우중산행은 피할 수 있었으되 곰탕 능선길은 벗어날 수 없었음

- 우천 예보로 산님들이 없어서 맘껏 여유롭고 차분한 산행을 할 수 있었음

지리산 윗새재에서 천왕봉을 다녀와서 중봉과 하봉을 거쳐 왕등재와 밤머리재에 날머리를 잡았던

지리산 산행을 우천으로 취소를 하고

그 대안으로 가볍게 산행을 하면서도 100대 명산에 포함이 되어 산행 인증을 더할 수 있는 

산을 찾던 중 해남 두륜산으로 가깝고도 먼 길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래도 장마철 우중산행을 감행해야 하는 것이라서 

계속해서 일기예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구라청 예보상으로는 아침 10시까지는 비가 진득하게 내릴 것이고

그 이후로는 0.2mm 이하의  옅은 비가 내릴 것이라 한다.

여수에서 해남 대흥사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에서도 어김없이 굵은 비가 내렸고

두륜산 대흥사 주차장에서는 선뜻 산행을 시작하지 못하는

난감한 딜레마에 빠질 정도의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비가 그치는 시간을 기다릴 겸 장춘리 숲길을 조금만이라도 걷고

한갓진 식당에 들러 조촐하게나마 아침 해장 같은  막거리라도 한잔 할까 싶었는데

이마저도 턱없는 욕심이 되었다. 

예전에 알고 있었던 유선여관이나 다른 여타 한 식당들이 죄다 철수를 하고 흔적 없이 살아지고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끝까지 믿었던 선여관은 기존의 추억 같은 대문을 신출귀몰한 담벼락으로 막았고

측면 한켠에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로 사업전환을 해 버렸다. 

기존의 역사유물과도 같았던 유선여관은 템플스테이 숙소로 변했고,

누구나 부담없이 드나들던  주막과 여관 앞마당은

일반 여행자들이 아무렇게나 들어갈 수도, 

섣부른 사진이라는 것을 찍지도 못하게끔 정 떨어지는 경고문을 달아 놓았다.

난감한 딜레마 

그래도 100대 명산 인증을 위한 욕심이 앞서던 모양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비가  그칠 것이라는 예보를 믿어 의심치 않고  산행을 강행한다.

애써 무모한듯한 강수를 두었던 이유는

 굵은 빗방울도 아닐 것이면서 그럭저럭 견딜만한 빗방울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크게 위험하지 않을 두륜산을 비가 오더라도 100대 명산 26번째 인증을 감행해 보려는

욕심이  앞섰기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

우중산행은

비옷이나 판초의를 완벽하게 두르는 방법도 있겠지만

간단한 산행복장으로 비를 맞을 것을  각오하고 , 대신으로 배낭에 여벌옷을 준비한 다음

배낭을 완벽하게 방수를 하는 게 더 현명한 우중산행 방법일 수도 있다.

 비를 맞아서  온몸이 젖는 것이나,  비옷이나 판초의 속에서 땀범벅으로  옷이 젖기는 매한가지 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시원하게 비를 맞고 산행 후 깔끔하게 옷을 갈아입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대신

높은 산이나 장거리 산행에서는  쉬는 시간이나 저체온증은 필히 조심해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란 녀석은

배낭카바만 둘르고, 발목에 비날 봉지를 덧댔다.

바지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등산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나름의 신박한 처방이기 때문이다.

산행코스는 장춘리 숲길은 포기하고 대흥사에서 오심재와 가련봉을 오른 다음 두륜봉을 경유

진불암과 일지암을 들러 나오는 코스를 잡았다.

산악회의 안내산행일 경우 주작산과 두륜산의 산행 들머리인 오소재에서 시작

반대편 대흥사와 장춘리 숲길을 걸어 나오는 게 일반적인 산행코스가 될 것이다.

이 산행 코스는 예전 대흥사 입장료를 징수했을 때 이야기일 것이고

요즘의 산악회 산행코스는 대흥사에서 시작 다시 되돌아 나오는 원점회귀 산행코스가 더 인기가 있을 것이다.

두륜산의 다양한 봉우리들을 들러볼 수 있을뿐더러 아기자기한 유명 암자들을 죄다 들러볼수 있는

코스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예전에는 문화재관람료라는 이름으로 징수되던 입장료가 부담이 되었기에

단체산행이나 산악회의 안내산행은 오소재에서 산행 들머리를 잡았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었을 것이다.

장춘리 숲길과 대흥사에서 들머리를 잡을 경우  입장료가 만만치 않은 부담이었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터

이 입장료들만 모아도  산악회의 회원들의 간단한 하산주 정도는  드실 수 있는 큰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지암과 만일재로 올라가는 길과 북미륵암과 오심재로 갈리는 삼거리

일지암이 문화답사 일번지로 인기를 얻얼적에는 이 코스도 나름 많이들 드나들었을진대

요즘 사람들은 일지암 같은 문화답사라는 것을 썩 좋아라 하질 않는 모양으로

사람 찾아든 흔적이 감춰져 버린 곳이 되었다.

대부분의 산객들은 이곳 일지암 코스를 버리고 북미륵암과 오심재 방향으로 발길을 잡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도 당연하게  북미륵암과 오심재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대흥사에서부터 길안내를 해주고 있는 노랭이와 백구 녀석

비 오는 날 질퍽이는 등로와는 상관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심히 산길 가이드를 하고 있다.

그 옛날 유흥준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유선여관의 노랑이가 등산인들의 길안내를 했다는 상황과 유사하리만큼

이 두 녀석도  오늘 우리 길동무의 산행 가이드를 해 주고 있는것이다.

 

안개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등로는 물 반 흙반일 진데 애써 실속없는 산행 가이드는 그만하고  내려가도  될 듯싶지만

우리들의 걱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길안내만를 하고 있다.

아마도 이 노랭이와 백구 녀석도 사람과  어울리고 싶고  정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날씨가 좋은 날이었으면 중간에 간식이라도 먹으면서 얘네들한테도 섭섭치 않을 간식을 내어줄 수도 있었을 텐데

오늘처럼 물이 줄줄 흐르는 등로에서는 잠시 눌러앉아 간식을 먹을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적어도 북미륵암 처마밑까지는 올라야 그나마 비를 피하는 조촐한 휴식 시간이 주어질텐데...

열심히 길 안내를 해 준 노랭이와 백구 녀석들에게는 못내 미안하고 아쉽다.

 

열심으로 가이드를 하던 백구 녀석은 북미륵암 도착 직전에 노랑이를 배신하고 먼저 하산을 했고

끝까지 길 안내를 하던 노랑이는 북미륵암의 황소만큼 큰 강견의 우렁찬 울부짖음에 놀라서

순식간에 줄도망을 치고 우리들 시야에서 사라졌다.

북미륵암 오르는 계단길

이 계단길 직전에 만일암과 진불암으로 갈리는 삼거리이기도 하다.

물론 진불암 코스를 선택하는 산객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작은 산에서도 거미줄처럼 갈리는 삼거리들이 즐비한 곳이 이곳 두륜산이 아닌가 싶다.

다시 이쪽 계단길을 선택하면

북미륵암과 오심재 그리고 노승봉을 경유 두륜산의 주봉인 가련봉에 올라설 수 있다.

 

아...추천 산행코스

오소재의 신박한 원점회귀산행코스가 생각이 나서 적어본다.

오소재출발 오심재 - 가련봉과 만일재 - 두륜봉을 들르고 진불암으로 하산을 한 다음

진불암에서 북미륵암으로의 두륜산 중허리길을  관통해서 오심재에 돌아오면

두륜산을 온전히 둘러보는 원점회귀 산행이 만들어질수 있겠다.

09:20 유선여관 도착 전 마지막 주차장, 09:40 대흥사, 10:23 북미륵암

얼추 한 시간 만에 주차장에서 북미륵암까지 축축한 산길을 걸어서 도착을 했다.

출발 전 유선여관에서 파전에 탁주라도 한잔 했으면 든든한 아침이 해결되었을 텐데

썩썩한 빈속에 습한 육수만 가득 흘리고 여기까지 올랐으니 나름 지치고 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해서

 난봉 같은 불손한 일일 것임에 틀림없겠지만 북미륵암 처마밑에 아침을 겸한 조촐한 반주상를 차렸다.

샌드위치와 음료수, 그리고 팥빵과 장수 막걸리 한 뱅 ㅎㅎ

이 정도면 거한 아침으로는 충분할 것이고, 오늘 산행을 위한 에너지원으로도 백번 남아돌 것이다.

 

 

돌머리의 산 길 헤매이기
07 : 00 여수 여서동 출발, 진남시장(족발) - 덕양
09: 00 두륜산 주차장
09 : 20 산행시작
09 : 30 유선관 
09 : 55 일지암 / 북미륵암 갈림길
            북미륵암1.0km / 흔들바위2.6km / 가련봉2.6km
            일지암0.6km
10 : 23 북미륵암, 휴식 및 간식
10 : 50 출발
11 : 00 오심재
            노승봉0.6km, 가련봉1.0km, 두륜봉1.8km, 
             북미륵암0.6km, 오소재주차장1.6km
11 : 15 흔들바위
11 : 55 노승봉
12 : 13 가련봉
12 : 35 만일재(점심,휴식)
13 : 20 출발
13 : 35 구름다리
13 : 45 두륜봉
14 : 20 진불암
14 : 30 진불암, 일지암, 북미륵암 삼거리 갈림길
14 : 40 일지암, 휴식
15 : 15 대흥사
15 : 35 주차장, 산행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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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거리 : 8.2km
산행시간 : 6시간15분 (휴식시간 2시간30분 포함)

북미륵암에서 오심재까지는 아주 순탄한 둘레길 같은 노승봉의 중허리 길 때쯤 되겠다.

살방한 걸음으로 10여분 걸음 하면 도착을 할 것이다.

▲오심재,

고개봉과 노승봉사이의 드넓은 초원지대이자 응급구조를 위한 헬기장,

 이곳에서 북미륵암에서 올라왔던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주작산과 두륜산의  산행들머리가 되는 오소재로 이어진다.

사찰 문화재관광료를 징수하기 전에는 대흥사 출발코스보다는 오소재에서 올라오는 산악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오늘의 완벽한 곰탕 날씨에도 이곳 오소재에서 출발했던 산님들을 몇 분 만나게 되는데

이분들은 차량을 이곳에 두고 올라오셨는지 다시금 원점회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오늘처럼 완벽하게 곰탕날씨에는 애써 조망을 위한 여덟 개 봉우리를 돌아나갈 필요가 없을터

최단거리인 오소재코스로 원점회귀하는 방법도 나름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두륜산 산행의 각 방향별 코스와 도상거리 및 시간은

어떤 코스 어떤 방향으로 가던지 서너 시간이면 완등을 할 수 있다.

10리 숲길인 장춘동 숲길을 제외하면 대부분 8.0km 안쪽으로 산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비법정이랄 수 있는 투구봉과 고개봉 그리고 두륜산의 여덟 개 봉우리를 완주하는 코스를 

선택하면 도상거리 시간이 꽤나 길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란 녀석에게는

아직도 미련처럼 남아있는 두륜산의 8 개봉 우리를 완주하는 게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기는 하다.

흔들리지 않는 흔들바위

남아도는 시간, 그리고 부담되지 않을 도상거리, 게다가 볼 것 없는 곰탕 풍경

애써 서두르거나  빠른 걸음을 할 필요가 전혀 없는 날

북미륵암에서 30여 분만 걸음했음에도 다시 한번 이곳에서 차분한 쉼을 하고 간다.

이번에는 칼칼한 얼음맥주 한잔 하면서..ㅎㅎ

▲ 몇 해 전에 새롭게 단장한 두륜산의 데크계단길,
   아슬했던 위험구간들을 안전한 데크계단길로 안전장치를 했다. 

그래서 아찔한 등로가 이제는 한없이 싱거워졌다는   이율배반적인 생각..!

그나마 낮은 산이면서도 짱짱한 암릉미와 공포감을 주곤 했던 두륜산의 여덟 개 봉우리 오르내리는 산행

이제는 그 짜릿한 스릴이 완벽하게 없어지는 아쉬움만 남았다.

매력 없는 고만고만한 동네 뒷산으로 변신을 한 것이다. 

그나마 몇 구간 남아있는 추억 같은 밧줄구간을 지난다.

이 쇠줄 구간을 오르면 두륜산의 두 번째 봉우리인 노승봉에 안착을 하게 된다.

두륜산의 여러 봉우리 중 가장 넓고 안전한 봉우리

물론 첫 번째 봉우리는 다들 생략하고 지나는 고계봉이다.

 

 

“오늘 산행 날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 곰탕이다!”

산꾼들이라면 한 번씩 들어봤을 듯한   ‘곰탕’. 과 알바, 그리고 알탕

왠 뜬금없는 곰탕에 아르바이트까지 

산꾼들이 사용하는  ‘곰탕’은

‘사골국물처럼 뽀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의미의 은어를 말하는 것이고

알바는

길을 잘못 들어서 헤매다 보니 본업이 아닌 시간낭비의

실속 없는 아르바이트 같은 산행을 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늘 우중산행을 예상했던 두륜산 산행은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안개비가 내렸고 구름 속에 완벽하게 갇혀버린

진정한 곰탕 같은 산행이었다.

아... 알탕은

산행 중 계곡물속에 풍덩한 목욕을 하는 것을 말한다.

노승봉에서 가련봉 오르는 길에 만나는 ▲ 비비추            
 꽃은 7-8월에 피고 꽃대는 길이 30-40cm로서 길이 4cm의 연한 자주색 꽃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총상으로 달린다.
 꽃자루는 길이 4-11mm이며 포는 얇은 막질로서 자줏빛이 도는  

백색이고 꽃자루와 길이가 거의 비슷하며 꽃이 핀 후   쓰러진다.
 꽃부리는 끝이 6개로 갈라져서 열 편이 약간 뒤로 젖혀지고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길게 꽃 밖으로 나온다.
 용도는 밀원식물도 되며 잎은 식용한다.  
 정원의 화단이나 암석정원의 
바위틈 공원 등지에 조경용으로 식재하면 좋다.
특징은 재배채소처럼 연하고 향긋하며 매끄러우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산나물 같지 않은 산나물이다.
산나물의 쓴맛이나 떫은맛, 억센 섬유질 등의 단점이 되는 특성이 하나도 없다.

 해남두륜산은(가련봉 703, 두륜봉 630m)

 해남군 삼산면, 북일면, 북평면, 현산면에 걸쳐져 있는 곳으로

대흥사에서 바라보면 고계봉, 가련봉 거쳐 향로봉까지 8 개봉 우리가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는 산이다. 

 이산의 최고봉은 두륜산의 두륜봉이 아닌 가련봉이 주봉으로  703m이다.

 특히 각 봉우리에서 보이는 해남과 완도방향의 남해조망이 일품으로 그중 투구봉 조망이 가장 압권이다.

 

 서산대사는 만고에 깨지지 않고 삼재가 미치지 않는 산이라 할 만큼 성곽처럼 둘러쳐진 산으로     

 외세의 침입이나 6.25 동란 중에도  대흥사를 비롯 여러 암자들이 여타 한 피해를 입지 않은 산으로 유명하다.

 

100대 명산 도전 여수 길동무

그 스물여섯 번째 산행은 해남 두륜산이다.

물론 전라남북을 위시한 남도 근처의 웬만한 산들은 죄다 섭렵을 했을 것이면서도

애써 다시 한번 찾아서 인증을 하는 이유는

그래도 100대 명산 도전을 위해 꾸려진 조촐하면서도 끈끈한 모임이기에 

길동무가 함께 한날의 발자취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산이라는 것은 그날그날이 틀리고, 그 계절 그 계절이 다르지 않던가..?

지 좋아하는 산은 언제 어디를 수십 번 다녀온다 한들  그 누가 실없는 헛심이라 아쉬워하고 후회를 할 것이겠는가..!

 

 

 

 

완벽하게 곰탕 풍경이 되어버린 두륜산

말 그대로 인증숏을 남기고 나면 아무런 할 일이 없다.

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내려서 차분한 간식을 겸한 점심을 먹고 싶은 마음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사람 없는 한적한 가련봉 정상에 앉아서 쉬어가면 좋을 성싶으면서도 

잠깐의 방심으로 후회막심한 사고가 날까 싶은 마음에 백번 양보를 하고 바로 하산을 서두른다.

곰탕 저편에 내려앉은 새 한 마리

일명 새바위, 어떤 이는 원앙바위라고도 하는데

여타 한 표지석이 자리하고 있질 않다.

 

 

 

 

만일재 헬기장 한복판에서

여름 한날에 감히 땡볕과의  맞짱을 틀다니..ㅎㅎ

그래도 오늘처럼 처참한 곰탕하늘에서는 여름땡볕과도 맞짱을 틀 수 있는 모양이다.

봄날이나 가을날의 만일재에는 점심상을 펼친 산객들로 가득하겠지만

안개비가 자욱한 오늘은 우리 이외에는 그 어떤 사람도 지나질 않는다.

우중산행을 예상했기에 애써 점심을 준비하질 않았고, 그 대신으로 간단한 족발과 조촐한 반주로 점심을 대신했다.

만일재에서 두륜봉을 포기하고 일지암으로 내려설까 싶다가도

앞 뒤가 완벽하게 막혀버린 곰탕하늘이라지만 두륜봉을 포기할 수 없어서 

두륜봉과 구름다리를 경유해서 하산하기로 한다.

두륜봉에서의 가련봉과 고개봉의 암릉들이 일품이기는 하겠지만 

오늘은 무조건적으로 아무것도 구분 못하는 진하디 진한 곰탕산행

이곳도 이런 곳이 있었더니라 하는 인증만 필요한 곳이다.

두륜산의 또 다른 여름꽃인 산수국

세 가닥으로 피여있는 하얀 꽃은 참꽃이 아닌 헛꽃이고

가운데 청색으로 뭉쳐져 있는 씨방 같은 곳이 참꽃이라고 한다.

헛꽃은 단지 벌, 나방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유인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산수국은

여름과 가을을 나고 메말라 있는 겨울수국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꽃이기도 하다.

 

 

 

 

두륜봉에서 진불암으로 내려서기 직전에 만나는 특이한 바위

이름을 뭐라 불러줘야 하나..ㅎㅎ

장군바위, 투구바위, 우뚜기바위, 외계인바위, 병사바위

 

그리고 10여분의 급경사 길을 내려서면 진불암에 이르는 도로와 만난다.

진불암 임도를 따르면  표충사 계곡을 따라 서산대사 유물관(표충사)으로 하산을 할 것이고

진불암에서 약간의 발품을 팔아서 능선삼거리를 돌아나가면 한때는 유명한 여행지였던

일지암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 진불암

진불암 정문 쪽 하산을 하면 일지암을 놓치고 표충사 계곡으로 하산을 하게 된다.

진불암에서 일지암을 가기 위해서는 진불암에서 왼쪽 신축화장실 방향으로 내려가서 오른쪽 정규등로가 아닌

왼쪽 큰길의 금줄을 넘어 오래된 암자(?) 쪽으로 방향을 잡거나

북미륵암 이정표가 붙어있는 정규등로를 따르면 된다.

첫 번째 오래된 암자 쪽으로 가는 길은 묵은 옛길로 희미한 신우대를 헤쳐나가서  능선길과 합류를 해야 한다.

거리가 짧아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곳은 아니지만

길들이 묵어서 신우대 무성한 길을 헤쳐가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다.

두 번째로 북미륵암 정규등로길을 따르면

진불암에서 10 여분 능선안부를 오르면 능선 삼거리에서 일지암으로 연결되는 능선길을 따라 내리면 된다.

대신

일지암으로 갈리는 이정표는 없다. 아는 사람만 가는 것이다.

 일지암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렀던 차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곳,

한국의 다경이라 불리는 동다송, 다신전을 집필한 곳이다. 

  조선후기 쇠퇴해 가는 차문화를 중흥시킨 차의 성지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유흥준교수의 나의 문화유적답사기에 유선여관과 이곳 일지암이 소개되면서

일지암은 답사문화 1번지로 꼭 들러봐야 하는 곳으로 뇌리에 각인되던 곳

요즘에 와서는 그런 유행처럼 번지던 여행문화가 사라진 지 오래여서  이곳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보인다.

토방에는 사람흔적 대신 먼지가 수북이 쌓였고

몇 해 전에는 그나마 사람이 드나들던  초췌한  사립문은 그나마도 완벽하게 허물어져서  없어졌고

사립문이 자리했던 초입은 잡초가 무성해서 이쪽으로 사람들이 드나들던 길이 있었나 싶을 만큼 흔적이 지워졌다.

다만

한여름 이곳을 지키는 있는 화사한 수국만이 만개를 하여 어쩌다 지나는 산객들을 반기고 있을 뿐이다.

 

 

▲  대흥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2 교구 본사로 대둔사로 불리었다가 대흥사로 정착된 사찰로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가 거느린 승군의 총본영이 있던 곳이다.

 임란 이후 서산대사의 의발(衣鉢)이  전해지면서

            조선불교의 중심으로 , 또 한국불교의 종갓집으로 그 역할을 다해온 도량이다.

                      13 대종사, 13 대강사가 배출된 곳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의 화를 입지 않고 옛 모습을 유지 보전하고  있는

                      십승지(10개의 피란지)중 하나가 대흥사이다.

또한

대흥사  대웅보전 현판은

 조선후기 서학자 원교 이광사의 친필로 유명하고 대흥사 무량수각은 추사김정희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징은 어느 사찰을 가더라도 정문을 지날 때 보이는 무시무시한 사천왕상이 없다는 것이

이곳 대흥사만의 큰 특징이기도 하다.

이유인즉슨

노승봉과 가련봉 그리고 두륜봉의 형상이 부처가 누워있는 형상으로 대흥사를 지키고 있어서 

절을 지키는 사천왕상이 필요 없다고 한다.
 의발(衣鉢) :스승으로부터 전하는 교법(敎法)이나 불교의 깊은 뜻.

 ※ 십승지란 딱히 10개란 뜻보다는 많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곳으로

피난 시 이곳에 머물면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피란지를 말한다.  

                             ※ 또 다른 이광사 친필은 고창 선운사 천왕문, 지리산 천은사 , 강진백련사 만경루가 있다

09:20분에 시작한 두륜산 산행이 15:35분에 같은 장소에 안착을 했다.

우중산행을 준비했으면 안개비와 곰탕하늘과 함께했던 해남 두륜산

100대 명산  중 스물여섯 번째 인증 산행

오늘도 여전히 무탈한 완등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길동무의 건강한 완등과 끈끈한 단합을 위한 저녁 만찬을 끝으로 

오늘 산행의 두서없는 기록도 마무리를 한다.

 

저녁식사는 여수 소호동 장수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