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육구종주, 육십령고개에서 무주구천동까지
▣ 산행일시 : 2023년 06월 11일(일요일)
▣ 산행코스 : 육구종주
육십령- 할미봉 - 삼자봉 - 서봉 - 동봉(남덕유)-삿갓재대피소 - 무룡산-동엽령- 백암봉-중봉- 향적봉-백련사-구천동
▣ 도상거리 시간 : 32.6km, 11시간 23분( 휴식시간 포함)
▣ 산행지기 : 산꾼들의 수다여행의 일요산행
▣ 산행반성 및 소소한 기억꺼리
- 산수여의 일요산행 두 번째로 참여한 산행
- 덕유산은 자주 다녀보았던 익숙한 산이면서도 당일 종주는 처음, 할미봉 구간도 이번이 초행길이다.
- 보통의 안내산행과는 달리 무박 당일종주의 산행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한 산행
- 우리나라 3대 능선종주길 중 그 두 번째 산행
- 일반적 산악회의 경우 육구종주 시간을 14시간 예상을 하는데 , 산수여에서는 12시간의 주어짐
- 육구종주는 육십령에서 서봉까지가 5할, 무룡산까지 7할이고 나머지가 3할의 산행으로
무룡산까지만 안착을 하면 육구종주의 8할은 성공한 것이나 진배없겠다.
- 육구종주의 최대 난점은 식수를 전혀 구할 수 없다는 것,
다만 삿갓재 대피소에서 생수 판매를 하고 있으니 보충이 가능
- 휴식은 10분 이내로 짧게, 여러 번, 긴 점심시간이 필요치 않다.
- 준비물 : 김치볶음밥 쬐끔, 얼린 물 2개, 얼음맥주 2캔, 약밥과 떡 작은 소포장 4개, 자유시간 2개, 그레놀라 2개,
사탕, 박카스 2병, 비상약품세트, 여벌옷가지, 비옷,
☞ 밥은 절반 먹고 절반 버림, 약밥과 떡은 온전히 다시 가져옴, 초콜릿등 3개 남음,
- 비상을 위한 옷가지였지만 등짐무게만 가중되었을 뿐 크게 필요해 보이지 않음
- 시원한 얼음맥주는 아직도 계륵과도 같아서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 박카스D는 이번 산행에서도 최대한의 활력을 끌어올려주는 최고의 보약 - 검증되지 않은 나만의 생각
☞ 준비물에 대한 결론적인 나의 생각 :
- 식탐 내지 말 것, 생각보다 힘들어서 먹지 못하는 게 태반이다.
- 짐은 최대한 가볍게, 간단한 빵류와 행동식이면 충분하다.
- 육구종주길, 앞만 보고 가면 되는 산행이라서 산행지도는 필요 없을 것이다.
- 단지 향적봉에서 백련사코스와 칠봉코스 중 선택만 하면 되겠다.
- 원계획은 설천봉 경유 칠봉으로 하산을 할까 싶었는데 같이 했던 산님들 발길 따라 백련사로 하산
- 누군가가 무주구천동 어사길이 그리 좋다기에 이번에 기어이 걸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천에서 01:30분에 출발한 차량은 어딘지 모를 어둠 속을 돌고 돌아서 04:10에 육십령 고개에 도착을 하고
간단한 산행채비를 하고 04:30분에 출발을 한다.
산수여 일요산행에 두 번째로 얼굴을 디민 날
첫 번째는 화대종주였었고, 그다음 두 번째가 오늘 육구종주인 이날에도
어둠 속에서 만나는 얼굴들이라서 눈에 익은 사람은 그 누구도 없고, 말을 섞어본 사람도 없다.
오늘도 화대종주때와 마찬가지로
지 혼자만의 지독한 고행의 길을 걸어볼 생각으로 차분한 출발을 준비한다.
1시간 15분을 걸어서 할미봉에 도착을 한다. 05:15
20년 이상의 세월을 같이했던 케케묵은 코베아 헤드렌턴으로 불을 밝히고 ,
흔적 없이 사라지는 준족의 걸음들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다.
시작부터 거칠게 내달려야 하는 부실한 내 다리는
한동안 죽을 고생을 했을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초반 레이스에서 오버페이스로 인한 난조를 보이지 않게 나름의 무진장한 노력을 한다.
선두그룹은 절대 무시를 하고 천천히, 지 능력껏 , 지 분수에 걸맞게 천천한 산행을 이어가야 할 것임을
누누이 되뇌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멀어지지 않게끔 발걸음을 조절해 본다.
해서
크게 무리하지 않고 간신히 도착한 할미봉 정상..!
할미봉에서 보이는 남덕유산에는 물안개 같은 구름과 함께 아침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두 봉우리 중 왼쪽은 서봉이고 오른쪽이 남덕유로 일컬어지는 동봉이다.
오늘 육구종주의 7할의 난이도를 이겨내야 할 남덕유산의 위용에
벌써부터 주눅이 들어오는 것은 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주 덕유산(1,614m)은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소백산맥이 서남쪽으로 뻗으면서 소백산, 속리산 등을
솟게 한 후 다시 지리산으로 가는 도중 그 중심부에 빚어 놓은 또 하나의 명산이다.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으로 장장 30여 km를 달리고 있으며,
향적봉에서 무룡산[1,492m]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산[1,507m]에 이르는 능선의 길이만도 20km가 넘는 거대한 산이다.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 일대를 북덕유산, 장수군에 있는 동봉을 남덕유산으로 일컬으며,
장수군 지역에서는 장수덕유산을 5대 명산으로 꼽고 있다.
덕유산 남북종주라고도 하는 " 육구종주" 는
육십령에서 무주 구천동까지의 32km 이상을 걷는 지난한 고산준령의 능선길로
" 지리산 화대종주" , " 설악산 서북릉 종주"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3대 능선종주로 꼽히고 있는 곳이다.
그중
지난 6월의 지리산 화대종주에 이어서 또 다른 도전인 덕유산 육구종주라는 것을 연이어서 도전을 해 보게 된다.
할미봉에서 내려가는 급경사 데크계단길
계단 색감으로 보아 데크를 설치한 지는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이곳 급경사 오르내림 길을 위태한 밧줄에 매달려서 오르내렸단 말인데
참 많이도 위험하고 시간들도 지체되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할미봉과 서봉 중간의 구름이 노니는 곳 정점이 덕유교육원으로 갈리는 삼자봉쯤 되겠구나...!
동봉과 서봉에서 삼자봉까지는 여러 번 걸음 했던 곳이라서 눈에 훤히 익은 길일 것이다.
육십령에서 할미봉 구간까지 초행의 된비알길을 무탈하게 걸었으면
나머지 향적봉까지는 눈에 익숙한 동네 뒷산처럼 편안하게 걸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할미봉 넘어서 뒤 돌아본 급경사 데크 계단길과 형제봉 같은 암봉
할미봉 주변의 암릉들을 넘으면 이어지는 능선길은 언제 그랬느냐 싶게 유순하고 순탄한 양탄자 숲길을 걷게 된다.
이 양탄자 숲길은 덕유교육원으로 갈리는 삼자봉 지날 때까지 이어지고
곧 이어서 서봉까지의 또 다른 곤욕의 된비알 오름길을 올라야 한다.
육십령에서 할미봉까지가 3할의 난이도, 서봉으로 오르는 된비알구간이 더해지면 5할의 난이도를 넘는 것이겠고
거기다가 동봉과 월성재 그리고 무룡산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고도차를 극복하게 되면
육구종주의 7할을 마친 것이나 진배없겠다.
나머지 무룡산에서 향적봉까지는 고산준령 힐링 트레킹 코스로 3할의 난이도를 더 보태면
무탈하면서 가슴 뿌듯한 성취를 맛볼 수 있는 육구종주를 마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자봉과 서봉 중간의 조망바위( 덕유 11-12 )
할미봉을 넘으면서 한없이 유순하던 힐링 숲길이 삼자봉을 지나면서 다시 한번 된비알 오름길이 시작된다.
잠 못 자고, 빈 속으로 달렸던 오늘의 할미봉능선
다시 한번 끝없이 이어지는 된비알 오름길에 직면하자
그 난이도의 강도는 두 배 세배로 증폭이 되어 약해빠진 두 다리에 전해져 온다.
이쯤에서는 이제 샌드위치로 아침을 해결해야 하겠는데 마땅한 밥상자리가 없다.
그나마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명당자리
남덕유가 바로 머리 위 지척으로 올려다 보이는 곳..!
남덕유 산행을 할 때면 늘 쉬어가는 선술집 같은 곳..!
그래, 오늘은 이곳 조망바위에서 아침도 해결할 겸 천천한 체력보강을 하고 가도록 하자.
그 오매불망 조망바위는 오늘따라 멀기도 했을뿐더러
캄캄한 암흑도 아닌 것이 곰탕구름에 완벽하게 잠겨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다.
그래도 이곳에서 먹었던 비상식량 같은 샌드위치가 오늘 서봉을 오르는 절대한 체력을 보강해 준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으며, 그 잠깐만의 휴식이 서봉과 동봉을 넘어가는 페이스 조절에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는 주요한 요인이 되어주었다.
서봉 정상 직전에서 보이는 육십령까지의 능선길에는
새벽잠에서 께어나질 못한 졸리운 구름이 게으른 늦잠을 더해서 한참을 쉬어가고 있다.
첫 번째 구름 속에 잠긴 곳이 육십령과 할미봉일 테고
두 번째 구름 아래가 무령고개일 것이다
그러면 두 번째 구름뒤쪽 표쪽한 봉우리는 영취산과 백운산 자락일 것이고
오른쪽 구름에 벗어나 있는 곳은 장안산이 맞을 것이다.
할미봉에서 서봉까지의 능선 줄기 중 무룡고개를 위시한 할미봉이 구름 속에 잠겨있다.
오늘 구라청예보로는 구름 많고, 오후에는 소나기성 빗방울도 제법 내릴것이라드만
종일토록 비는 내리지 않았고, 가성비 좋은 멋진 아침을 열어주었다.
비 오는 날,
그런 날들은 잼뱅같은 곰탕날씨와 만나든지, 대박 같은 운해의 바다를 만나든지 한다는데
오늘은 후자의 대박같은 아침풍경을 만났다.
나란 녀석은
언제고 이런 풍경, 이런 아침을 만나는 게 더없이 좋다.
허기진 나의 지리산의 노고단과 반야봉의 이런 아침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헛심을 썼던 적이 많았던가...?
노고단에서 왕시루봉 능선을 넘어가는 운해와 아침빛은 현기증 나는 멋스러울 테고
반야봉에서 떠도는 구름이 불무장등을 넘지 못하고
구름바다를 만들고 있는 모습은 또한 상상하기 힘든 그림으로 다가오곤 한다.
또 다른 도전, 덕유산 육십령에서 구천동까지
그 육구종주의 난이도 절반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할미봉에서 서봉과 동봉까지의 남덕유산
그 남덕유산의 최고 정점인 동봉과 서봉 중 서봉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어쨌든 오늘 어둠 속에서 시작한 육구종주의 첫 시작의 중대한 한 고비를 무탈하게 넘길 수 있어서
나름 조심스런 위안을 삼아 본다.
5월 21일, 지 분수를 모르고 하염없이 걸었던 화대종주에 이어서
또 한 번의 정신줄 놓고 무아지경으로 달리고 있는 나란 녀석
차마
이번 육구종주까지 " 봉사 문고리 잡듯" 무탈한 성공을 하고 나면
또 한 번의 얼척없는 욕심으로
10월에 예정된 설악산 공룡능선마저도 도전을 한다고 하는 것은 아닐랑가 모르겠다...?
서봉에서 보이는 할미봉을 위시한 육십령까지의 능선
구름이 벗어난 맑은 봉우리 정점(암릉봉우리)이 할미봉이고
멀리 구름 속에 잠겨있는 곳은 무룡고개를 기점으로 한 영취산과 백운산 그리고 장안산이다.
정면 야생화는 호랭이도 아닌 범꼬리.
07:53 남덕유산(동봉)
서봉에서 동봉까지는 1.1km, 500m를 격하게 내려와서 다시금 내려온 만큼 격하게 올라야 하는 된비알 구간이다.
동봉과 월성재로 갈리는 삼거리에서 단 100m를 더 올라야 하는 정상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유혹으로 다가올 정도로 된비알 오름길로 악명 높은 곳이기도 하다.
04:30분에 육십령 출발, 할미봉에 05:15분, 서봉에 07:10, 동봉이자 남덕유에 07:53분
3시간 30분 동안, 무탈하고 페이스 난조 없이 도착을 한 것에 대해 나름 후회 없는 만족을 해도 될 듯싶다.
" 혼자 가는 길은 빨리 갈 수 있고, 여럿이 가는 길은 느리지만 멀리 갈 수 있다 " 란 말은
오늘의 종주길에서는 반대로 작용을 했지 않았을까..?
여럿이 가는 산님들 중 선두그룹의 부지런함에 게을러졌을 걸음들이 더불어서 빨라진 것은 아니었을까..ㅎㅎ
동봉(남덕유산)에서 보이는 할미봉과 장안산
계곡아래는 덕유교육원
겨울이면 영각사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
동봉과 서봉을 오르고 삼자봉에서 덕유교육원으로 원점회귀하는 산행을 즐겨하곤 했었다.
남덕유하면 늘 겨울 눈꽃만 생각했었지
녹음 짙어가는 날에 눈부신 운해의 바다를 만날 수 있을 것 이라고는 감히 상상도 하질 못했다.
몇 해 전에 동봉 정상에서 삿갓봉 방향으로 담았던 겨울 눈꽃 사진을 덤으로 올렸다.
주능선에만 눈꽃이 얼어붙었던 신박한 겨울 눈꽃
가운데 가장 낮은 곳이 월성재이고 구름과 맞닿는 곳이 삿갓봉이다.
남덕유산(동봉)에서 보이는 구름들의 현란한 난장을 뒤로하고
향적봉을 향한 본격적인 주능선 산행을 위해 하산을 서두른다.
동봉에서 월성재까지는 30분 정도면 도착을 할 것이고
삿갓봉 넘어 삿갓재 대피소까지는 시간 반 이상 소요가 될 것이다.
이런 멋진 풍경들과 만나는 날에는 종주길이 아닌 어느 한 곳에 눌러앉아 한없이 멍 때리며 쉬어가도 좋았을 것을
종주산행이 아닌 남덕유의 단독산행쯤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삿갓재대피소 09:20, 동봉에서 08:00분에 출발을 했으니 삿갓재대피소까지 1시간 20분이 소요되었구나
월성재에서 대피소까지는 지척 일 것이라는 일그러진 나의 기억
그때는 삿갓재대피소에서 식사를 하고 동봉을 올랐다가 황점으로 하산했던 기억이 아스라이 남아있는데
한참 어릴 때 준족의 걸음길이라서 기억의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은
월성재에서 금세 도착 할 줄 알았던 대피소가 무던히도 길고 지루했다는 느낌
이곳에서 바나나 하나와 얼음맥주로 시원한 해갈을 하면서 잠시 쉬어간다.
참...!
요즘의 국립공원들에서는 산행 중 절대 금주로
혹시나, 행여나 발각이 되면 역시나, 당연한 벌금형으로 공원과 볼썽사나운 언쟁이 오가게 된다.
이런 것들은 몰래몰래 숨겨먹는 능글능글한 센스를...ㅎㅎ
대피소에서 20 여분의 긴 휴식을 취하고 다시금 무룡산의 된비알 고개를 오르기 위해서 출발을 한다.
참...!
대피소 직전의 삿갓봉은
등로 한켠에 살짝 비켜나가 있는 봉우리로 정상을 다녀갈 경우 0.2km 정도의 게으른 발품을 팔아야 하기에
허울 좋게 포기를 하고 옆 사면길을 선택해서 대피소에 안착을 했었다. ㅎㅎ
다시 출발하는 무룡산
어쩌면 오늘의 마지막 고난의 된비알 오름길쯤 되겠다.
유독 그늘 없는 구간이었던 무룡산 오름길의 땡볕은 짙은 곰탕 구름이 막았고,
여태까지 잠잠했던 바람도 이때부터는 조금씩 살캉하게 불어오고 있다.
삿갓재 대피소에서 무룡산 올라가는 퍽퍽한 데크 계단길을 한여름 땡볕아래서 걸어야 할 것이면
얼마나 숨 막히는 고난의 길이 되었을까...!
무룡산 정상 도착 직전에 보이는 삿갓재 대피소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데크 계단길에는
후미에서 따라오는 산꾼들의 는적거리는 발걸음이 차마고도길을 힘겹게 오르는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좀 전에 나란 녀석이 걸어왔던 그 계단길을 오르는 산님들의 한숨이 무룡산 정상까지 들려오는 듯하다
평탄해 보이는 능선뒤쪽으로. 남덕유와 삿갓봉은 구름 속에 잠겼다.
10: 30 무룡산 정상 인증
어쩌면 오늘 육구종주의 최고 정점에 도착을 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할미봉에서 한고비, 또 서봉과 동봉 오름길에서의 또 한 번의 난감한 곤욕의 길,
그리고 무룡산 오름길에서의 마지막 초죽음의 숨 막히는 오름길
이 세 번의 난감한 오름길들의 끝점인 무룡산 정상에 오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한량같이 순탄한 고산 힐링 숲길이 지루할 만큼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덕유산 육구종주는 할미봉에서 동봉과 서봉을 넘고 무룡산에 도착을 하면
육구종주의 7할을 마친 것이나 진배없을 것이다.
이곳 무룡산부터 중봉과 향적봉까지는 말 그대로 산행이라기보다는
천상에서 만나는 힐링트레킹이라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은 푸근하고 유순한 길들과 만나기 때문이다.
다만
백암봉과 중봉 가는 길에서의 고만고만한 된비알 고개를 넘는 것은
실제적인 힘겨움의 무게보다는 여태 걸어왔던 종주길의 누적된 피로를 받아들이는
약한 육신들의 고통에 대한 과장된 반응이라 해도 절대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무룡산에서 칠이남쪽대기봉(가림봉)과 동엽령을 지나는 고산 숲길은 순탄하고 편안한 길을 걷는다는 이야기이다.
무룡산에서 칠이남쪽대기봉(가림봉)으로 이어지는 순탄한 능선길
칠이남쪽대기봉(가림봉)에서 보이는 무룡산까지의 천상의 힐링 트레킹 숲길
말 그대로 무룡산만 넘으면 걸음은 알아서 흘러가는 힐링숲길이다.
동엽령을 지나 백암봉 가는 길도 원 없이 순하고 좋은 숲길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무룡산 오른쪽은 삿갓봉이고 그 뒤쪽으로 동봉과 서봉
동봉과 서봉 가운데 검은 실루엣처럼 솟아있는 봉우리는 오늘 게으름을 핑계로 생략했던 삿갓봉
칠이남쪽대기봉(가림봉) 11:10에서는 좀 더 길게 눌러앉았다가 간다.
오늘 걸어야 할 육구종주길에서는
아침이라야 덕유 11-12 조망바위에서 먹었던 샌드위치가 오늘 먹었던 체력보강을 위한 먹거리의 전부였다.
아..! 서봉과 삿갓재 대피소에서 바나나 각 한 개씩과 캔맥주 하나
사실 너무 힘이 들 때는 물 말고는 여타 한 먹거리들이 생각보다 먹어지질 않는 경우가 많다.
체력은 눈에 보이도록 떨어져만 가는데 사탕이든 초코렛이든간에 도무지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시간상으로도 충분히 점심시간에 가까워졌음에도 말이다.
같이 동행하는 산님은 중간중간 간단한 빵으로 요기 겸 휴식을 취하는데
나란 녀석은 허울 좋게 밥과 찬까지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차저차 밥 먹을 기회를 놓치고 애물단지처럼 묵직한 배낭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그래...! 이쯤에서 같이 동행하는 산님들 먼저 보내고 바보처럼 짊어지고 다니는 등짐 무게를 덜어내자
배고픔을 해결하기보다는 등짐의 무게를 덜어내는 조건으로 점심을 여기서 먹고 가자는 것이다.
배낭에 짊어지는 무게는 천근만근 버거운 곤욕이 될지언정
지 뱃속에서 짊어지는 똥배 무게는 원 없이 묵어도 견딜만하다 하질 않던가..ㅎㅎ
더불어
또 하나의 히든카드로 남아있는 얼음맥주 하나..!
남주기 아까워서 몰래몰래 숨겨두고 먹어야 할 만큼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칼칼한 냉기는
현기증나는 해갈을 줄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칠이남쪽대기봉에서 동엽령으로 가는 고즈넉한 숲길
그리고 세 번째 사진은 동엽령에서 내려보는 안성탐방지원센터 방향
동엽령 11:55에는 안성탐방지원센터에서 당일 안내산행을 따라오신 산님들의 휴식들을 취하고 있다.
시간상으로도 지금쯤은 점심시간일 것이면서 힘든 된비알 구간을 다 올랐으니
이곳이 오늘 하루의 점심밥상으로는 최고의 자리가 되지 않을까...!
나란 녀석은 좀 전에 충분한 휴식과 점심 그리고 얼음맥주까지 곁들였으니
시간체크를 위한 사진 한 장만 남기고 무심히 지나쳐간다.
멀리 뒤로 보이는 봉우리는 백암봉이고 오른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의 최고 정점은
백두대간 추풍령으로 가는 길의 지봉일 것이다.
동엽령에서 백암봉으로 올라가는 길에 여태 걸어왔던 아스라한 산길을 뒤돌아 본다.
동엽령은 정면 능선 중 가장 낮은 곳(사진에서는 암릉뒤편) 될 것이고
중간의 느슨하면서도 평 편한 곳은 칠이남쪽대기봉 능선쯤 되겠다.
능선뒤쪽 삼각봉은 무룡산 , 오른쪽 구름과 맞닿은 곳은 동봉과 서봉
백암봉(12:40분)에서 보이는 남덕유산
정면의 뾰쪽한 봉우리가 무룡산이고 무룡산 앞쪽은 칠이남쪽대기봉이다.
멀리 뒤쪽의 동봉과 서봉
▲백암봉에서 중봉과 그 뒤쪽의 향적봉
중봉에서는 오수자굴을 경유 백련사로 하산을 할 수 있고
이곳 백암봉에서도 횡경재를 지나 지봉 오름하기 직전에 백련사로 하산할 수 있는 묵은 옛길이 있다.
백암봉은 횡경재와 지봉을 지나 추풍령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신기하게 백두대간은 향적봉을 넘 질 않고 옆으로 치고 돌아간다.
백암봉에서 중봉으로 오름 하는 능선
중봉에서 백암봉까지 1.0km , 덕유평전으로 덕유산에서 가장 이쁜 길일 것이다.
중봉에서 바라보는 덕유평전의 아스라한 이 길은
한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멍 때리며 쉬어가도 좋은 꿈속을 걸어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리산의 연하선경길 같은....
이것은 순전히 중봉에서 백암봉으로 향했을 때의 이야기이고
육십령에서부터 지치고 지친 만신창이 체력으로 중봉으로 오르는 길은 차마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지난하고 끝이 없는 오늘 산행의 최대 난코스, 마지막 사활을 건 사투 같은 길이였다.
생각 없이 멍 때리며 쉬어가는 길이 아닌
누적된 피로도가 최고 정점으로 치닫는 천근만근 비몽사몽의 악몽의 길이 되고 있었다.
중봉에서 향적봉 가는 길은 말 그대로 천상의 화원 같은 곳이다.
지리산이면 노고단 같은 곳
걷기 싫어하는 운동치들에게도 이곳은 살방한 걸음으로 하늘바람을 맞으러 오고 싶어지는 곳
설천봉까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서 설천봉과 향적봉 그리고 중봉으로 이어지는 하늘정원을 차분하게 트레킹 하고
돌아가는 길에 설천레스토랑에서 돈까스 정식과 맥주 한잔이면
절대 후회 없는 인생 버킷리스트의 여행코스가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분명 이곳도 각 계절의 시기에 따라 다양하고 화려한 꽃들이 피고 지고 할 것이지만
6월의 둘째 주 주말에는 미나리아재비와 털쥐손이가 천상의 화원 주인이었다
▲ 중봉에서 향적봉으로 가는 천상의 화원에는
노란색의 미나리아재비꽃과 둥근이질풀과 흡사한 털쥐손이꽃이 만발을 했다.
6월이 지나고 7월의 여름날이 오면 이곳에는 샛노란 원추리와 비비추가 터줏대감처럼 텃세를 부릴 것이다.
살아서는 천년을 살 것이고, 죽어서도 천년을 견디겠다던 덕유산의 구상나무 군락지
이제는 천년의 세월을 온전히 살아내었는지
구상나무와 고사목은 몇 개 남아나질 못하고 죄다 쓰러져서 흔적 없이 자취를 감추고 없다.
이곳이 고사목 군락지라는 푯말이 무색할 정도로...
고사목 왼쪽 봉우리가 무룡산, 고사목 두 가지에 끼인 봉우리는 삿갓봉
그리고 고사목 오른쪽은 동봉과 서봉이다.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1,614m)
육구종주의 마지막 종점에 드디어 무사한 도착을 했다.
육십령에서 4:30분 출발, 13:40분에 향적봉 정상에 도착
도상거리 23.6km 거리를 9시간 10분 만에 안착을 한 것이다.
실제적인 육구종주의 성공이면서 끝점이나 마찬가지인 이곳 향적봉 정상석에
나란 녀석의 겁 없는 육구종주의 무탈한 성공을 축하하면서 오늘 산행의 마지막 인증을 남긴다.
어떤 이는 아직도 이런 정신 나간 미친 걸음들을 이어가고 있느냐..?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란 녀석은
화대종주를, 육구종주를 했다는 자랑질이기보다는
아직도 지 좋아하는 산, 들길을 무탈하게 걸음 할 수 있음에 더없이 만족하고 그런 나를 아낌없이 응원해 주고 싶다.
무엇보다 남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내가 나란 녀석을 더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이 분명 행복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고난의 마지막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은
산아래에서 묵은 스트레스와 이기적인 욕심들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향적봉에서 백련사까지의 퍽퍽한 계단길은 나란 녀석이 썩 내켜하지 않는 길이다.
처음 출발할 때, 지 혼자만의 지루한 걸음을 걸어내야 할 것이라 생각할 때는
백련사보다는 설천봉을 경유하는 칠봉코스로 하산을 할 계획이었다.
칠봉으로 내리는 코스의 장단점을 염두에 둔 것보다는
설천봉 정상의 레스토랑에서 시원하게 마셔보는 맥주의 신박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했던 것이
같이 걸음 했던 산님들과 헤어져서 걷는 것도 나름 뻘춤하고
새롭게 단장했다는 구천동 어사길이라는 곳도 한 번쯤은 걸어보아야 할 듯싶어서 처음 계획과는 달리
칠봉코스가 아닌 퍽퍽 계단길의 연속인 백련사 코스로 변경을 했다.,
향적봉에서 백련사까지의 2.5km 가파르게 내림하는 계단길
얼추 한 시간이면 하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백련사에서 구천동까지 6.5km
임도 따라 내려가는 지루한 길을 걷고 나면
오늘 대 장정의 육구종주가 갈무리되는 것이다.
백련사에 14:30분에 도착을 해서 무주구천동 어사길을 14:45분부터 걷기 시작했다.
늘 같이 움직이는 지기님 말로는 어사길처럼 좋은 트레킹길을 보지 못했다나..ㅎㅎ
해서
오늘 지친 걸음 와중에도 기어이 어사길을 걸으면서 고만고만한 사진들을 남발하듯 담아 두고서
길고 길었던 육구종주와 더불어 지 혼자만의 일기 같은 산행기를 갈무리한다.
구천동 산행들머리이자 날머리 15:53분
육구종주길 도상거리 : 32.6km,
총 산행시간 : 보통의 산악회에서는 14시간을 계획한다는데 11시간 23분에 종주완료를 했으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완주를 한 듯싶다.
남발하듯 담았던 구천동 어사길 사진은 따로 구천동 어사길 트레킹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를 하게 될 것 같다.
프롤로그.
혼자 하는 당일종주산행이라는 것과 달리 산악회에서 움직이는 팀 단위 당일종주 산행의 미묘한 차이라 함은
혼자하는 종주라는 것은 말 그대로 얽매임 없이 자유롭다. 쉬고 싶으면 쉬고, 자고 싶으면 잘 수도 있다.
점심시간도 한껏 눌러앉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 발걸음에 신경 쓸 필요가 하등 없는 것이다.
그래서 완주시간은 능력치에 따라서 길어질 수도 빨라질 수도 , 또는 중도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장점이면서 단점일 것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경비문제와 돌아오는 길이 가장 큰 난제가 되기도 한다.
반면
팀단위 당일종주 산행은
어쨌든 팀단위 움직임이라 맘껏 자유롭지는 못하다. 너무 늦어도 너무 빨라도 부담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완주를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부담이면서, 한편으로는 시간을 체찍질하여
정해진 시간 안에 들어오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산행법도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단체종주는 팀리더가 있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점심시간과 같은 휴식시간이 짧거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잠깐 쉬는 동안 행동식이나 빵과 같은 간편식이 점심과 휴식시간을 대신하는 것이다.
더불어
한번 페이스 조절에 실패를 하면 웬만해서는 만회하여 본팀에 합류한다는 게 어려운 문제가 된다
물론 , 저렴한 경비와 종주 후 졸린 운전 없는 안전한 귀가가 최대 장점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란 녀석은 늘상 혼자하는 종주에 길들여져 있어서 화대종주때처럼 긴 점심시간과 늘어진 휴식시간으로 인해
중반이후부터는 정해진 마감시간에 "쫓기어 필요이상의 고전을 면치 못했던 듯싶다.
간신히 정해진 시간 안에 완주한 것으로 간신한 위안을 삼았을 뿐이다.
반면
이번 육구종주는 고빈도 짧은 휴식시간, 그리고 준족의 매끄러운 리딩과 최대한의 가벼운 먹거리로
훨씬 빠르고 손쉬운 종주길 완주를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번에도 넘치는 배낭무게는 처치곤란이었다. 지금보다는 절반이상 줄여야 할듯)
당일 장거리 종주의 가장 큰 노하우는
최대한 가벼운 등짐무게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완주를 하는 것이 나름 비법인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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