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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산 이야기/남도밖 장거리산행

윗세오름의 찬란한 아침을 만나다.

집사람과 다녀온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엄청난 칼바람이 불었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제주도 여행의 그 세째날에는

한라산의 또 다른 매력포인트인 윗세오름을 다녀왔다.

제주도 하면 한라산에 밀려서 언제나 뒷전이었던 이곳

이번에는 크게 욕심 없이 아이들 늦게까지 잠자는 시간을 이용해서

이른 아침에 집사람과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산행시작은 07:00분에 시작하여 09:35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으니

꽤나 준족의 걸음을 한 것이다.

산행지 : 제주도 한라산 윗세오름

산행코스 : 오백장군 주차장에서 윗세오름대피소까지 왕복

산행일시 : 2024년 11월 24일 (일요일)

산행지기 : 집사람과 함께, 

 

윗세오름을 위한 나만의 간단한 메모

영실탐방로 입구 - 윗세오름대피소 : 3.7km / 1시간 30 왕복2시간30분

영실탐방로입구 - 대피소 - 남벽분기점 : 5.8km, 2시간 00 왕복 3시간00분

보통 한라산 영실코스로 가실 때  '영실매표소'로 검색해서 아래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등산로 입구까지 2.6km / 도보로 최소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둘레길 걷는 것처럼 살방하게 걸음 할 것이면 그렇게 억울할 것 까지야 없겠지만

우리 부부처럼 잠깐의 짜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산행을 마쳐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등산로 입구까지 도로를 따라 걷는다는 것은 아주 치명적인 계산착오가 될 수 있겠다.

※ 윗세오름을 가기 위한 주차장은 영실매표소 주차장과 등산로 입구에  또 다른 주차장이  있는데

영실매표소 지나고 최대한 위쪽까지 올라오는 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한다.

- 등산로 입구 쪽 주차장이 만차이거나 눈이 너무 많이 올 때는 차량 진입 통제

- 영실탐방로 주차장은 2개 모두 유료주차장

오백장군과 까마귀 검색하면 윗세오름 들머리 주차장까지 안내를 한다.

오늘 윗세오름 산행은 빠르면 2시간 30분, 늦어져도 3시간이면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을 했기에 동네 뒷산 가듯이 물 2병 만을 들고서 숙소에서 출발을 했다.

산행들머리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그래도 간단한 요깃거리라도 가져가야지 싶어서

오백장군과 까마귀라는 가게에서 황금향 몇 개와 주먹밥 하나를 구입해서 출발하기로 한다.

오백장군과 까마귀라는 가게는  한라산의 기념품과 간단한 편의점 역할을 하면서

심플한 주먹밥도 만들어 등산객들에게 간단한 산행 준비물을 점검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산행하기 전 

윗세오름에는 주차 가능차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기에

제주시 숙소에서 6시에 출발 어둠이 막 걷히기 시작할 무렵에 도착을 했고

아직은 주차가 여유로웠다.

윗세오름을 오르는 길은

계곡을 건너기 전까지는 순탄한 길로, 조릿대와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다시

계곡을 건너면서부터는 온통 계단길과의 끈질긴 사투를 벌여야 한다.

될 수 있으면 흙을 밟고 산행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공원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 데크길로 포장을 해 놓았다.

 

 

이틀연속 구름 많고 바람 거친 날이 이어졌었는데

다행히 윗세오름산행날에는 맑은 하늘에 이쁜 구름까지 버무려져서 더 이상 좋을 수는 없었다.

한라산에서 이 정도의 찬란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삼대가 덕을 쌓아도

만날 수 없다고들 한다. 

한라산 백록담은 서너 번 다녀갔으면서도

이곳 윗세오름은 산악회의 B코스라 조금은 무시했던 터라 

여태껏 한 번도 다녀가질 못했었다.

했던 것이

한라산 백록담까지는 가족여행에서 지 혼자만의 욕심을 부리기는 그렇고

그 대안으로, 집사람과 함께 윗세오름을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본 것이다.

 

대신

이날은 가히 어마무시할 정도의 미친 칼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집사람 말로는 바람에 본인이 떠밀려나갈 것 같은 바람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서 서리 내린 등로가 눈 쌓인 것처럼 얼어붙어서 

미끄러움에 잔뜩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록담 정상이 바로 보이는 넓은 데크 쉼터에 도착을 했다.

여기까지만 급한 데크 계단길을 오르고 나면 윗세오름산행의 8할은 끝낸 것이나 다름없겠다.

윗세오름 정상부는 동네뒷산의 둘레길보다 더 순탄한 마실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침에 조금만 더 빠른 출발을 했으면 때아닌 윗세오름 일출을 만나는 행운도 기대할 수 있었을 듯싶은데

그것은 지 혼자만의 너무한 욕심이겠고, 사실 렌턴도 없었기에 

애초에 실현불가한 일이고, 너무 깨끗한 가시거리와 파란 하늘과 구름이 만들어주는

아침풍경이 찬란하다 못해 황홀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급경사 나무 데크계단길을 끝도 없이 오르고 나면 시야가 확 터지는 곳에 만들어진 넓은 쉼터데크

전망대는 아닐 듯싶고, 예서 차분이 들 쉬어가라는 나름의 배려쯤 되는 모양이다.

가장 오른쪽 봉우리가 한라산의 주봉인 백록담이고

가운데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봉우리가 백록담과 제주를 쭈욱 둘러볼 수 있는 최적의 조망 포인트이다.

더불어

6월 철쭉꽃이 피는 때에도 이곳 전망대는 가장 이쁜 핫한 포인트가 되겠다.

가끔씩 멋들어진 한라산철쭉사진을 볼 수 있곤 했었는데

그 포인트가 바로 이곳이지 싶다.

 

 

 

 

다시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가는 데크길

밤새 내린 서리가 얼어붙어서 눈이 내린 듯 보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상고대가 핀 것으로도 착각할 수 있을 정도이다.

청바지에 운동화차림의 가족산행과 너무 쉽게 안이한 생각으로 시작하는

산객들은 대략 난감한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었겠다 싶다.

어찌 보면 방심한 산행 중 사고는 이런 조건에서 가장 빈발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윗세오름 대피소로 가는 마지막 데크길

바람만 없으면 맘껏 쉬어가도 좋으련만

이날은 잠깐만 멈추면 한기가 들고, 새찬 칼바람은 얼굴을 따갑게 할퀴고 지나기 때문에

잠시도 멈추어 있을 수가 없다.

애써 사진만 열심히 찍어내고는 바로바로 출발을 한다.

 

 

윗세오름 대피소

마음 같아서는 남벽분기점까지 올라갔으면 좋겠구만

아이들 잠들어 있는 짜투리 시간을 활용한 산행이라서 

시간은  촉박하고 마음의 여유 또한 쫓기는 듯 서두르게 된다.

그래도 그 엄청난 칼바람을 피해 들어갈 안락한 대피소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ㅎㅎ

훈훈한 난방까지 설치가 되었으니... 겨울산행에는 이곳이 산꾼들의 천국이나 진배없겠다.

일찍 출발하고 빠른 걸음으로 올라왔기에 대피소는 한적했고

한량처럼 소심하게 준비해 온 주먹밥과 황금향으로 조금만의 허기를 달래고 간다.

참...!

오백장군과 까마귀라는 곳에서 구입했던 

황금향은 8개에 10,000원이었고, 주먹밥은 말 그대로 주먹만 한 밥이 5,000원이었다.

집사람은 이것들을 준비할 적에 연신 비싸다는 말만...ㅎㅎ

윗세오름(1,700m)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구상나무가 죽어서는 윗세오름 정상석으로

새롭게 태어나 천년을 이어가려는 모양이다.

백록담 정상에도 고사목으로 정상석을 세웠더니만 언제부턴가는 

고만고만한 돌덩이 정상석을 세웠더라..!

윗세오름처럼 죽어 천년을 갈 것이라는 고사목으로 정상석을 세워도

운치 있고 자연스러워 좋아 보이는데...ㅎㅎ

암튼

윗세오름 들머리가 1,280m , 그리고 윗세오름 정상이 1,700m이니 420m 올라온 것이구나....

 

 

윗세오름 대피소 가는 길 삼거리에서 갈리는 전망봉우리

이곳에서는 제주의 각 방향과 백록담이 바로 코 닿을 정도로 가깝다.

또한 철쭉 피는 철에는 진사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일 것임에 틀림없겠고

 

 

전망봉우리에서 보이는 풍경으로

오른쪽 검은 화산봉우리가 백록담이고, 그 왼쪽 옆 완만한 구릉이 남벽분기점이겠다.

그리고 왼쪽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어리목에서 오르는 윗세오름길

대피소는 어리목등로끝점, 정면에 보이는 완만한 오름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어리목이나 영실에서 올라와 남벽분기점을 경유, 돈내코로 하산하여도 후회 없는

멋진 코스가 만들어질 것도 같은데 , 자차로 찾아오는 여행객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지 않을까...!

아님 한날을 온전히 윗세오름 산행에 투자를 하던가...?

 

 

윗세오름의 찬란한 아침을 만났던 잠깐만의 짜투리 산행

이제는 아쉬운 하산길만이 남았다.

지금 철이 아닌 봄날의 철쭉 피는 날에 다시 한번 욕심 없는 산행을 해 볼 것을

기대해 보면서 오늘도 두서없는,  지 혼자만의 산행기라는 것을 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