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클래식 종주, 화엄사에서 천왕봉 넘고 대원사까지

▣ 산행일시 :2026년 5월 31일
🏔️ 산행코스 : 화엄사 - 노고단 - 지리산 주능선 - 천왕봉 - 중봉 - 써래봉 - 치밭목대피소 - 유평리
🏔️ 산행지기 : 산꾼들의 수다여행 " 화대종주팀 "
(이번 산행에서는 "성중종주" , " 화대종주 " , " 거림에서 천왕봉 중산리" 팀이 산행에 동참했다.)
🌅 고만고만한 산행메모 :
- 수많은 지리종주를 했었지만 딱 한 가지 빠졌던 화대종주, 이름하여 화룡점정쯤 되겠다.
- 02:00분에 출발할 것으로 예상한 타임테이블, 20분 빨리 출발했고, 초반 페이스 조절을 위해 천천한 걸음으로 시작
- "산꾼들의 수다여행 " 일요산행 " 화대종주팀 "에서 가장 늦게 출발, 가장 늦게 도착을 했다.
- 이날의 날씨는 때 이른 무더위가 있기는 했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청명한 날
- 산행고수들의 주행과는 하등 상관없이, 지 혼자만의 계획대로 착오 없는 무탈한 완주에 감사할 뿐
- 원 계획은 유평탐방지원센터까지 46.2km를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2% 부족한 유평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 화룡점정이 완성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의 철인종주는 없을 터..! 하긴... 이것도 장담할 수 없는 변심임에 틀림없을 터..!
- 이날의 최대 화두는 "배낭은 최대한 가볍게" , " 걸음은 처음에 걸었던 것처럼 끝까지 일정하게..."
- 식탐은 이번산행에도 여전해서 결국 집에 남겨오는 우를 범했다. (준비물점검 및 반성은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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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대종주 준비물 점검
☞ 장거리 산행의 절대 원칙
- 배낭은 최대한 가볍게, 무게는 등산의 적이다.
- 배낭은 24리터 이하, 무게는 5kg 이하
- 식사는 점심만 간소하게 준비, 힘들어서 밥이 잘 안 들어감
- 간단식, 고열량간식, 이온음료, 떡, 빵, 바나나, 육포, 초콜릿 등 평소 좋아하는 간식
- 대피소에는 물, 이온음료 분말, 응급취사용품만 있음, 예전의 통조림, 초코파이, 음료수 등등은 팔지 않음
- 출발 전 간이 쎈 음식은 금물, 특히 짜고 매운 음식은 갈증을 유발하므로 절대 금물
- 식수는 노고단, 임걸령, 총각샘, 연하천, 벽소령, 선비샘, 세석, 장터목, 치밭목에서 보충,
실제로는 연하천에서 물보충 한번, 벽소령에서 반 병 보충, 선비샘에서 한 모금, 장터목에서 완충했었다.

🏔️ 잠발란 울트라 라이트 등산화 : 무게가 운동화처럼 가볍기도 할뿐더러, 편안한 착용감이 좋아서 캠프라인 대신으로
이번 화대종주에 우선적으로 선택을 했다.
☞ 결과론적으로는 가볍고 편한 것은 여전히 좋았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천왕봉 이후부터는
발 뒤꿈치에서 기분 나쁜 통증(절인다는 느낌)이 전해져 왔었다.
- 서툰 생각에 무릎보호대의 압박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일까 싶은 생각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 또 하나의 색다른 선택인 렌턴 : 모자챙에 끼워서 사용하는 낚시용 소형렌턴을 선택했다.
그럴싸한 렌턴들을 선택해도 좋겠지만, 3시간 안짝으로만 사용하면 날이 밝을 것인데 굳이 뽄때나는 렌턴은
필요 없을 듯싶어서 낚시용 렌턴으로 대신한 것이다.
☞ 결과 : 당연 충분하고 부족함 없었다. 더불어 분실하거나 파손이 된다 한들 전혀 부담 없는 선택..ㅎㅎ
🏔️ 스틱, 스틱은 본시 하나만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집중력 떨어지는 거친 산행 때는 쎄컨드로 출정하곤 한다.
2개의 스틱은 트레킹시에 필요한 것이고, 거친 산들에서는 1개가 더 주요하다.
한 손은 지형지물을 잡는 역할, 스틱은 보조 지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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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성대종주에 이어 지리산의 무지막지한 종주길에 결코 싫지만은 않는 유혹에 빠져들었다.
그 많은 종주길을 다녀 갔으면서도 여태껏 지리산의 클래식 종주라 일컫는 화대종주를 못해 보았다는 것이
그 어처구니없는 핑계의 전부라면 전부일 수 있겠다.
다만 성대종주는 2번, 화중종주나 성중종주는 너무 많이 해서 수자 개념이 없다.
다만
이번 화대에는 근례에 한껏 요지부동이었던 몸무게가 6.0 - 7.0kg 이상 빠졌고, 덕분에 체력보강이 많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달려가는 옆사람과 경쟁하듯 억지스러운 걸음을 걷지 않을 것이고, 지 맘껏, 지 능력껏, 지 소신껏
눈치 보지 않고 뻔뻔하게 지 혼자만의 걸음을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일정하게 걸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2026년 5월의 마지막날, 무박 당일, 화대종주에 겁대가리 없이 동행을 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나란 녀석의 연식은 50대 중반이 넘어가고 있고, 몸무게는 66kg를 왔다 갔다 한다, 배낭무게는 물포함 7.0kg로 꾸렸다
지리산 산행 이력은 35년이라는 까마득한 세월이 훌쩍 흘렀고,
그중 이런저런 종주라고 이름하는 것은 최소 30번을 넘겼을 것이다.
더불어, 한때는 가지 말라는 오만 잡다한 비탐방 샛길을 무지막지하게 다녔었다.
오지랖 같은 사탕발림의 거짓말을 쫌 더 보태면, 나란 녀석은 움직이는 지리산 지도쯤 되겠다. ㅎㅎ
오늘 화대종주는 02:00분 출발을 예상하여 "산행 타임테이블"을 작성했는데
20분 빠른 01:40분에 남들 다 떠나고 난 후, 가장 후미에서 천천한 걸음을 시작한다.
"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고,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지만 "
" 나 혼자서도 얼마든지 멀리 갈 수 있음을... "
오늘 화대종주에서 내가 나란 녀석에게 전하는 절대 다짐쯤 되겠다.
화대종주의 첫 출발점인 화엄사에서 노고단고개까지의 7.0km
그중 코를 땅에 처박고 걸어야 할 만큼 경사가 급하다는 코재오름길은
첫 번째 페이스조절에 절대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구간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누구 한 사람 아는 얼굴도 없다.
그저 묵묵히 어둠을 뚫고 지 혼자만이 거친 돌길을 지루하게 올라야 하는 것이다.
다만
같이 출발하는 화대팀들은 순식간에 한숨처럼 사라져 버렸고, 짙은 어둠만이 무겁게 내려앉은 이 길을.
댕그러니 지 혼자만의 고독한 레이스를 시작해야 된다는 것은 못내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참고로
예상 타임테이블에서는 노고단에서 일출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노고단 정상 탐방예약을 해 두었었는데
생각 외로 빠른 도착을 했고, 그냥 모른 척 지나칠 수가 없어서, 정상 탐방을 완료했다는 약식 바코드 인증을 했다.
다시금 노고단에서 시작되는 어둠 속의 종주길은 노루목에 도착하고서야 렌턴을 접을 수 있었다.

🎒 화대종주 시 가장 큰 절대 원칙 몇 가지
“ 초반 페이스 관리 ” + ” 등 짐은 최적화 “ + ” 후반 멘탈 유지 ” 할 것
- 무박 당일 화대는 초반 오버페이스만 안 해도 완주 확률이 높다.
- 화엄사 - 천왕봉- 대원사까지의 화대종주는 “등산” 이라기보다는 “장거리 산악 트레킹”에 더 가깝다.
달리기 마라톤에서는 풀코스를 넘어 울트라 마라톤 코스쯤 될 것이다.
- 장터목 도착 때 아직 30~40% 체력이 남아있을 수 있게 페이스관리 철저히 할 것
천왕봉 오르는 것은 산행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산행의 시작일뿐이다.
- “빠른 사람” 보다 “끝까지 일정한 사람”이 화대를 완주할 수 있다.
- 경험자일 경우는 완주 자체보다는 , 천왕봉에서부터 붕괴 없이 대원사까지 완주가 목적이다.

노고단이 아닌 지리산의 아침 일출
노루목에서도 일출이 보일까..? 아니면 삼도봉까지 가야 하는 것일까..?
마음이 한껏 급한지라서 좀처럼 쉴 수가 없다. 임걸령을 지나면서도 물 한 모금 먹질 못하고
노루목으로 오름 하는 된비알 오름길에 서둘러 발걸음을 들여놓는다.
이곳 임걸령에서 노루목 오름길도 결코 만만치 않은 된비알 오름길일 것이지만
오늘은 삼도봉 낫날봉 일출욕심에 지 나름의 페이조절이 뒷전으로 밀리고 마음만 천리를 달린다.
남들은 누구 한 사람 생각 없이 지나치는 노루목 조망바위
늘 참새 방앗간처럼 들렀다 가는 나만의 쉼터
마음 급한 이날에도 참새방앗간은 어김없이 들렀다가 간다.
짙은 어둠 속을 온전히 지 혼자서만이 걸었던 노고단길을 여명이 터오는 아침 빛으로 되돌아보면서...
▲위의 사진은 노루목 바위전망터에서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담았다.

삼도봉
나란 녀석은 이 억지스러운 삼도봉보다는 예전의 이름인 낫날봉이나 날라리봉을 더 좋아한다.
다들 모르고 지나서 그렇지, 삼도봉 정상석 옆으로 비켜나있는 숲길을 헤쳐 들어가면
날카롭고 아찔한 낫날봉을 만날 수 있다.
원래 삼도봉 정상은 3도가 만나는 봉우리가 아닌 낫날을 닮았다는 낫날봉으로
그 위엄이 아찔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오늘은 이곳에서 하봉에서 올라오는 지리산 일출을 보기 위해 허겁지겁 올라오지 않았던가..!
삼도봉 일출은 형제봉과 삼정산 중간으로 떠 오르는 것이었구나..ㅎㅎ

▲ 삼도봉( 낫날봉, 날라리봉)에서 여명빛으로 보이는 불무장등이겠고
그 연장선상에는 당재를 넘어 다시금 섬진강까지 이어지는 황장산이겠구나..!
불무장등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피아골과 왕시루봉, 왼쪽은 연동골(목통골)이겠다.
그리고 연동골 끝 하늘금과 맞닿는 능선은 남부능선쯤 될 것이다.
물론 불무장등 뒤 하늘금으로는 광양 백운산이다.
이 백운산은 오늘 종일토록 나를 헷갈리게 만들었던 산그림이기도 했었다.
시야가 너무 좋고 가까워서 지리산의 능선줄기로만 생각했던 터라 생각의 오류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것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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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내려가는 끝도 없는 계단 550개
이 끝도 없는 기나긴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 아니고, 올라오는 길이면 어떤 느낌일까..ㅎㅎ
이곳을 오르내리는 산객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이 계단을 카운트하는 게 암묵적인 숙제였다.
숫자를 세다가 잊어버리거나 헷갈리는 웃기는 계단 숫자
그래서 카운트하는 사람마다 그 갯수가 다르다.
사실 이 550개가 맞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떠도는 인터넷상 정보일 뿐...!

▲ 화개재 05:45
언제 적이었을까..?
교통사고 후유증을 안고, 지 체력검증을 한답시고 반야봉까지 올랐다가 이어가던 성중종주길
너무 지쳐서 이곳 화개재에 쓰러져 누웠던 기억이 선명하거늘..!
오늘은 몸이 아직 한없이 가뿐할뿐더러, 땀방울 닦을 손수건도 꺼내 들지 않았으니..ㅎㅎㅎ
노고단 오르는 초반 레이스에서의 차분한 페이스 조절이 주요한 것이었을까..?
술 끊고 육수가 쫄아서 한없이 가벼워진 몸무게 때문일까..?
것도 아니면,
오늘따라 날씨 좋고 바람 좋은 객관적인 검증이 안 되는 별스런 날 중 한날이었을까..?
참..!
화개재는 지리산 주능선중에서 고도가 가장 낮은 곳(1200여 미터)으로
왼쪽은 뱀사골, 오른쪽은 아는 사람만 다니는 샛길인 연동골(또는 목통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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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분 ▲ 토끼봉(1534m) , 화개재 1.2km, 노고단 7.5km, 연하천 3.0km, 천왕봉 18.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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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각샘 지나고 만나는 급경사 계단 오름길
지금은 총각샘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터..ㅎㅎ
예전에는 이곳 총각샘에서 비박도 하곤 했었다. 아주 먼 옛날에..!
바위 한편에서 모여드는 총각샘물은 빗점골에서 왼 골, 절골, 산태골과 합류해서
대성골 물줄기를 만들고 화개동천을 만나 섬진강으로 흘러내려간다.
어쩌면 대성동 물줄기의 발원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명선봉 옆 사면길
총각샘 옆을 지나는 격한 계단을 올라서면 만나게 되는 명선봉 옆구리 사면길
이곳도 덕평봉과 마찬가지로 옆 허리길만 지날 뿐, 명선봉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는 사람이 태반이다.
빗절골 중 왼골로 올라서 토끼봉에 오른 다음 이곳 명선 남릉으로 하산하면
남부군 총사령관이었던 이현상이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너른 바위로 하산, 원점회귀할 수 있다.
이 빗점골은 빨치산 대 토벌작전중 토끼몰이로 빨치산 활동이 거의 괴멸한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곳 명선봉 옆구리 길에서 연하천대피소까지는 10여분이면 충분히 도착을 한다.

▲연하천대피소 07:00
오늘 화대종주 산행의 절대원칙
휴식은 10분 정도로 짧게, 휴식시간에는 어떤 것으로든 무조건적인 칼로리 보충
암튼.. 연하천에서는 뭘 먹었는지는 기억에 없고..
아... 이때는 단팥빵에 양촌리 달달한 커피를 한잔 했구나..ㅎㅎ
그리고는
식수보충과 천일염 1.5g을 담아왔던 빈 물통에도 완충을 했다
맹물 1통, 포카리 1통, 소금물 1통으로 벽소령과 세석을 지나고 장터목까지 갈 수 있었다니..!
물론 벽소령에서 맹물 반 병 완충, 선비샘에서는 물병에 완충 없이 물 한 모금만
궁금컨대..
소금물의 효과인지..? 이온음료의 효과인지..?
산행 중 이날처럼 갈증 없이 걸어본 적이 있기는 있었던가..?
산행의 또 다른 절대원칙인 모든 휴식은 10여분 지나면 출발한다. 07:13분 출발

▲삼각고지에서 형제봉 내려가는 길에서 만나는 조망 좋은 곳
앞에 보이는 능선은 토끼봉에서 신흥까지 흘러내리는 능선, 가운데 푹 패인곳은 안당재,
안당재 오른쪽 옆으로는 불무장등에서 흘러내리는 황장산
가장 오른쪽 철쭉 이파리 아래(앞쪽 말고 뒤쪽)가 노고단에서 흘러가는 왕시루봉이겠다.
가운데 황장산 뒤로 멀리 보이는 곳은 광양 백운산으로
왼쪽 2개의 봉우리는 억불봉, 가운데 상봉과 한재, 그리고 따리봉과 도솔봉, 형제봉까지 길게 이어져있다.
다시
왼쪽 산줄기는
토끼봉능선이 끝나는 신흥과 맞닿는 능선은 남부능선상에서 갈리는 지네능선이겠고
그 뒤로 울퉁불퉁 공룡 등허리 같은 능선은 남부능선이 토지면까지 흘러가는 성제봉능선이겠다.

▲ 형제봉으로 내림하기 직전의 바위 전망대에서 보이는 지리산 상봉
정면으로 중봉과 상봉, 오른쪽으로 촛대봉과 시루봉도 구분이 가능하겠고
바로 앞으로는 계속해서 걸어야 할 형제봉과 벽소령 그리고 덕평봉이 자리 잡고 있다.

형제봉 직전의 조망바위에서 보이는 대성동과 백운산 방향의 산그림자
오른쪽능선은 토끼봉에서 흘러내리는 토끼봉능선(어떤 이는 칠 불 능선이라고도 하드라..!)
가운데 협곡은 당재, 당재 뒤로는 황장산,
황장산 오른쪽 옆으로는 왕시루봉이겠고, 황장산 뒤로는 광양 백운산
다시 황장산 왼쪽 옆으로는 남부능선상에서 갈리는 지네능선과 남부능선의 가장 끝점인 성제봉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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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봉
지리산녀의 유혹을 형제가 등을 맞대고 견뎠다는 전설이 깃든 곳으로 예전에는 바위정상에서
오래 묵은 아름드리 구상나무가 꿋꿋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언제부턴가는 고사되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없다.
지금도 이곳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오르면 지리산 조망은 이만한 곳이 없을 만큼 명당이다.
명당 같은 구상나무 그늘아래에서 한참을 풍멍을 때려도 좋은 곳이었는데.,..!

▲벽소령 가는 길에 만나는 조망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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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소령 08:10 , 5분 휴식, 08:15분 출발
달빛이 너무 맑아서 푸르게 보인다는 벽소령
예전에는 대성동 삼정마을에서 산내면 음정으로 군사도로의 정점에 자리 잡았던 벽소령
지금은 자연으로 돌아가 이곳이 군사도로였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이곳 벽소령에서는
맹물 한 모금, 포카리 한모금, 소금물 한모금, 포도젤리, 콩떡 한 조각, 등등의 칼로리보충 후
반쯤 줄어든 맹물통을 완충하고 바로 출발한다.
통상, 벽소령에서 세석까지는 2시간 30분이 소요되고 역으로 산행을 할 경우는 2시간 40분 예상이 된다.
잠 안 자고 밤샘으로 걸었을 것이면 이쯤에서는 충분히 지칠 만도 하겠구먼
어디서 이런 에너자이저급의 체력이 쏟아져 나오는지, 나 자신도 나란 녀석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예전 같으면 술 먹을 기대치와 술기운으로 걸었을 것이라지만
지금처럼 주님을 멀리하고 있는 지금에서는 어디서 나오는 미친 광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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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비샘 쉼터

▲ 지리산 제일봉인 천왕봉을 찾아보세요
늘 이곳에 오르면 생각나는 단어
충분한 높이에 그럴싸한 조망, 널찍한 정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찌하여 허울 좋은 이름 하나를 얻질 못했을까..?
지리산 중봉과 상봉 그리고 촛대봉까지 선명하고,
남부능선을 위시한 대성동까지 전혀 막힘이 없는 이곳에서 고작 한다는 소리가
" 지리산 제일봉인 천왕봉을 찾아보세요 "
암튼 이제는 견디고 참아왔던 소심한 저질의 체력들이 꺼짐 방전 수준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
아찔한 현기증과 타는 목마름이 동시에 찾아오는 것을 보면 ,
억지스러운 지 혼자만의 고집으로 세석까지 허기진 체력을 짊어지고 갈 필요는 없어 보이는 것이다.
아직은 햇볕아래에서도 충분히 시원할 것이니 애써 그늘숲을 찾을 필요도 없이
지 입맛에 맞는 ,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최대한 들이밀어보자..!
애써 집사람이 챙겨준 볶음밥은 한 숟가락에 목이 메어서 포기
콩떡도 이제는 더 이상 씹을 의욕을 상실했고, 육포는 더더욱 퍽퍽하고 느끼해서 먹을 수 없다.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물, 목 넘김이 편한 물종류뿐이다.
포도젤과 찰떡파이가 방전된 체력에 최고의 칼로리 보충을 해 주고 있었다.
더불어 처음으로 준비해 온 에너지보충제인 " 아임비타 멀티비타민 글루타치온 샷" 액상 제품은
최저치로 방전된 체력을 부스터럼 다시금 끌어올려줄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물한 모금에 소금물 한모금, 더불어서 포카리스웨트 한모금
그래 이곳에서도 15분을 쉬었으니 출발하는 것은 당연할 터..!
이곳에서 칠선봉까지는 10분이면 도착을 한다.
봉우리 같지 않은 칠선봉, 이곳 무명봉을 칠선봉이라 한들 누가 뭐라 하리오..ㅎㅎ

▲칠선봉(1,552m) 09:50

▲ 영신봉 가는 길의 끝없는 직벽계단 오름길의 정상에서 보이는 조망바위에서의 풍경
오늘 계륵처럼 올라봄직했던 반야봉 궁디와 노고단까지 아스라하게 보이고 있다.
노고단 왼쪽 옆, 하늘금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곳은 광주 무등산이려니..!
아... 그러고 보니
정면 바로 앞으로 보이는 능선은 선비샘에서 내려가는 덕평 남릉쯤 되려나..?
그러면 바로 앞 골짝은 큰새개골..?
또, 11시 방향 두리뭉실한 봉우리는 노고단에서 흘러내리는 왕시루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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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신봉을 가기 위한 지긋지긋한 계단들, 그리고 영신봉 옆사면 길
벽소령에서 세석까지의 구간 중 만나는 한숨 같은 계단오름길
체력이 거의 밑바닥까지 내려앉았을 것이면 이 하늘 끝까지 솟구쳐 오르는 하늘계단은
분명, 나락을 향해가는 암흑 같은 고달픔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 계단만 올라서면 세석은 코 앞이다.
물론
허울 좋은 영신봉은 정상 냄새도 맡아보질 못하고 영신봉 목선 옆으로 스쳐 지난다.
영신봉이라고 길섶에 세워진 이정목은 영신봉 모가지 둘레길에 세워져 있는 정상석쯤 되는 것이다.

▲세석대피소 10:30
" 지리산제일봉인 천왕봉을 찾아보세요 "
라는 안내판이 붙은 무명봉에서의 칼로리 보총과 에너자이저급 부스터 젤로 급속 충전을 했던 때문인지
이번 영신봉을 지나는 된비알길은 원 없이 편하고 순조롭다.
더불어 세석에서의 잠깐동안의 물먹는 시간도 사치일만큼 체력적 여유가 넘쳐난다.
분명, 별스런 날 중 한날임에 틀림없다.
아직까지는 지 나름의 페이스조절과 에너지 충전을 적재적소에서 잘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덕분에 세석대피소에서는 시간측정을 위한 사진 한 장만 남기고 바로 출발한다.

▲ 촛대봉 10:50
세석에서 촛대봉 오르는 땡볕구간
어쩌면 이 구간에서 오늘 산행 중 첫 번째로 만나야 할 최대의 고비가 아닐까 싶은 곳이다.
멘탈은 흔들리고, 중도 포기의 고민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시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석에서 촛대봉까지 0.7km, 한걸음이면 금세 올라설 것 같은 이 구간
예전에는 똥 짐 무게와 바닥난 체력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통상 30분을 소요하고서야 촛대봉에 도착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어쨌든 별스런 날 중 한 날이라서 한숨만으로 금세 올라설 수 있었다. 20분
나란 녀석에게 촛대봉은 수도 없이 많이 드나들던 " 참새 방앗간 " 같은 곳인지라
애써 인증이라든가, 촛대봉 바위 꼭대기라든가 하는 곳을 올라설 필요는 없다.
늦어진 종주팀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쨌든 열심히 발품을 더 팔아야 하지 않겠는가..ㅎㅎ
참, 이곳 촛대봉 오르는 길에 성중종주팀의 본류팀들과 만났고, 촛대봉 내려가는 길에서는 거림팀의 본류와도 지나쳤다.
거림팀의 00선이라는 산 0장과의 만남이 주는 느낌이라는 것이
나는, 같은 지역에서, 같은 여행사의 이름으로 출발한 산행이라서 무진장 반갑드만,
그 양반은 심쿵하니 관심 없는 것이 사람을 애써 무시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굳이 마음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저번 서북능선에서도...
이번 촛대봉 내리막길과 연하봉 조망바위에서도...!
씁쓸하면서도 정을 붙일 수 없을 것 같은 이질감
물론 햇빛을 막아보겠노라 손수건을 뒤집어썼던 탓에 얼굴을 못 알아보았을 수도 있었겠거니와
당신들의 주요한 단골 고객이 아니었으니 애써 얼치기 산꾼인 나란 녀석에게까지 인사성 발언이 필요 하지는 않았을 터
무슨 상관이랴...! , 좋아하는 산에서 지 혼자서만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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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봉 지나면서 보이는 모습들
오늘 가야 할 천왕봉도 코앞까지 다가와 있고, 중산리 넘어 웅석봉도 하늘금과 맞닿아 있다.
물론 추성리 방향으로는 칠선계곡과 금대암을 품고 있는 금대산(백운산)도 선명하고
지리산 조망산행지로 유명한 삼봉산도 지척으로 가깝다.
더불어 이날에는 멀리 덕유산의 동봉과 서봉 그리고 향적봉도 손쉽게 구분이 가능한 날이다.
사진들을 큰 그림으로 보면 잘 보일 것이지만, 오늘의 산행기에는 버려야 할 사진이 너무 많을진대
애써 아까운 사진이랍시고 꾸적꾸적 한자리를 만들어 끼워 넣었다.

▲ 연하선경길 전망대에서 보이는 모습,
정면 오솔길이 연하선경길이고 오솔길 끝점이 연하봉
연하봉 오른쪽은 연하남릉 또는 일출봉능선이라고 한다. 왼쪽은 연하북릉
연하란 한가로운 자연 풍경의 의미하는 것으로 연기연(煙), 놀하(霞)를 사용하는 지명이름이다.
늘 운무가 자욱해 연기가 노는 듯한 풍경도 의미한다고 한다.
10월 가을이 지리주능에서 가장 먼저 찾아오면 이곳에는 산오이풀과 구절초 그리고 쑥부쟁이가 지천으로
널브러져서 진정한 연하선경길의 풍미를 온전히 느껴볼 수 있게 된다.
칠선봉 직전의 무명봉에서 잠깐의 휴식 후 이곳 연하봉전망대까지 한숨만에 올랐으니 이제는 잠깐만 쉬어가자..!
물론 여기서도 무조건 휴식할 때는 칼로리 보충
이 칼로리 보충이라고 하는 것이
콩떡이나 팥빵등은 까칠한 입이 절대적으로 거절을 하고 있었고,
포도젤리와 찰떡파이 그리고 신의 한수 격인 바카스만이 간신한 칼로리 보충의 전부일뿐이었다.
말 그대로 오늘은 종일토록 물만 마시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 연하봉 직전의 암봉

▲ 연하봉, 세석 2.6km, 장터목 0.8km

▲ 장터목 대피소
연하봉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는 10여분, 생각보다 길다.
생각 같아서는 한숨도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해찰 없이 빠른 걸음을 보태야만 10분 만에 안착할 수 있곳이 장터목이다.
오늘 종주산행 중 가장 힘든 마지막 구간, 제석봉과 천왕봉을 오르는 인간한계와 직면해야 할 전초기지인 장터목 대피소
이곳에서는 체력적, 정신적, 하물며 먹는 것까지도 거의 바닥이 났을 시점이다.
어쩌면 이곳 장터목까지 도착한 것만으로도 8할의 성공임에는 틀림없겠지만 체력적 한계에 직면했을 것임은 틀림없을 터
나란 녀석도 이날에는 이곳에 가장 많은 시간, 무려 20분을 쉬어간다.
오래간만에 고갈되어 가는 수통들에 완충을 하고, 포카리스웨트 대신으로 "링티"분말을 이온음료로 전환을 했다.
축축하게 늘어져가는 양말도 고실고실한 녀석으로 갈아입혔고, 아껴두었던 신의 한수인 바카스도 한 모금 한다.
마음 같아서는 아임비타 에너지주스라도 한번 더 먹을까 싶다가도
몸에 이상반응을 보일까 봐서 참았다.
(결과론적으론 먹었어도 몸에는 절대 무리가 없거나 악영향은 없고,
먹었으면 훨씬 더 편안하게 천왕봉을 넘었을 것이란다. 제미나이가..! )

▲ 장터목 대피소에서 제석봉 전망대로 오르는 길,
예전에는 이곳을 고사목지대라고 명명했었다.
불법적으로 아름드리나무들을 벌목한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방화를 했고, 그 방화의 흔적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허울 좋은 고사목의 이름으로 버텨오다가 그마저도 썩어 나자빠지고
지금은 그 어떤 흔적도 없이 지워진 초원지대로의 완벽한 변신을 했다.
멀리 노고단에서부터 반야궁디, 그리고 가깝게는 영신봉과 촛대봉까지 오늘 끈기와 인내로 걸어왔던
지리주능선길이 아스라하게 이어져 있다.
참..!
장터목에서 이곳 제석봉전망대까지 오름 하는 구간도 어지간한 곤욕의 길임에 틀림없을진대
이날의 나란 녀석은 이 또한 크게 어려움 없이 올라설 수 있었다.
30분 예상했었는데 15분으로..!

▲제석봉 전망대에서 보이는 천왕봉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던 오리지널 고사목은 지 목숨들을 다하여
샛길 탐방을 하지 말라는 금줄로 용도 변경을 했다.
다만
요즘에 사라졌던 고사목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가 만들어내는 생태계의 교란으로 지리산의 구상나무가 지 설 자리를 잃고 죽어 자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의 구상나무도 한라산의 구상나무도 모두 메말라서 죽어가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

▲ 통천문 12:40
통천문은 뭐니 뭐니 해도 겨울풍경이 가장 멋스러운 곳일 게다.
북풍한설에 얼어붙은 칼날 같은 눈자욱이 양날의 검처럼 아름다운 공포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가운데의 조그마한 혹 덩어리는 촛대봉 아래에 자리 잡은 시루봉
가운데 능선 자락은 삼신봉
가장 멀리 하늘금과 맞닿은 곳은 광양 백운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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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천왕봉 오르는 직벽구간

나란 녀석의 화대종주 인증이라는 것을
천왕봉 도착하기 직전에 서둘러 김칫국을 마시듯 완료했다.
천왕봉에서의 길고 긴 인증을 위한 줄 서기가 싫기도 했을 뿐더러,
대원사까지 17:00분까지 하산 완료를 해야 할 부담감에서 결코 여유로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가물하게 이어지는 주능선은 천왕봉 못지 않게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했다.
"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겠지만, 혼자서도 얼마든지 멀리 갈 수 있다"
오늘 나란 녀석이 줄곧 되뇌었던 묵언의 다짐이 그 끝을 향해가는 순간이기도 하다.
내리막에 강한 두 다리를 충분히 믿어 의심치 않기에 화대종주의 9할은 무사하게 마친 것이나 진배없는 것이다.
멀리 나란 녀석의 머리 뒤로 보이는 곳이 노고단과 반야봉이고 가깝게는 촛대봉과 영신봉이다.
멀리 반야궁둥이 오른쪽은 서북능의 최고봉인 만복대도 선명하게 구분이 된다.

지리산 상봉 도착 직전에 보이는 모습
정상인증을 위한 끝없는 줄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산하다.
하긴 지금 시간이 13:00분이 조금 모자라는 시간일 것이면 아직 최단거리인 중산리에서 출발했다손 치더라도
정상에 도착할 시간이 되질 않았겠다. ㅎㅎ

▲ 천왕봉 13:00
" 한국인의 기상이 여기서 발원되다."
오늘 화대종주의 최대 고비이면서 최대 고민이 될 천왕봉 인증
오후 5시까지 유평리 마을(또는 유평탐방지원센터)에 무사한 안착을 위해서는
정상인증을 한답시고 끝없이 이어지는 줄 서기에 동참을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다.
아침, 아니 어제저녁인가..?
출발하는 종주팀의 버스 안에서 산대장님이 하시는 말씀
대원사까지 가시는 화대종주팀은 천왕봉에 13:00분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화대를 포기하고 중산리로 하산하고
성중종주팀은 13:00분까지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지 못하면 천왕봉을 포기하고 중산리로 하산하라 했었다.
천왕봉에서 대원사까지, 또는 장터목에서 천왕봉 넘고 중산리까지는 발 빠른 준족들도 4시간 가까운 산행을
더 해야 완주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종주 마감시간은 각 17:00분과 16:00분이다.
ㅎㅎ... 남들 말에 귀가 얇은 나란 녀석은 운이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목숨 걸고 무지막지한 광기에 가까운 걸음을 했기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에 13:00분 마지막 열차를 타고 천왕봉에 안착을 했다.
대원사를 포기하고 중산리로 눈물 같은 하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웃자고 해보는 아제 개그쯤ㅎㅎ)
암튼 나란 녀석은 지리산 정상에서의 인증에는 크게 욕심이 없다.
너무 자주, 너무 많이 올랐고,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각 방향으로 4번의 사진으로 인증을 대신하고 바로 중봉을 향해 출발이다.
가깝고도 먼 길인 중봉을 향해서...

천왕봉에서 진행해야 할 중봉방향의 모습
중봉과 하봉 중간의 초암능선, 그리고 가장 뒤쪽의 두류능선
멀리 하늘금 끝으로는 덕유산 동봉과 서봉도 선명할 만큼 오늘은 시야가 선명하다.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날

▲ 가깝고도 먼 길인 중봉 가는 길에는
너무 늦어 꽃구경 한번 못했던 연분홍 철쭉이 화사하게 피었다.

중봉 오르는 길에 뒤 돌아본 천왕봉과 제석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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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에서 중봉 가는 길
가깝고도 먼 길
쓰러지는 고사목 그늘아래에 더 이상의 발을 떼지 못하고 눌러앉았다.
영신봉, 제석봉도 어렵지 않게 한숨결에 넘었고,
숨이 턱밑까지 죄여오던 마지막 상봉오름길도 끈질긴 인내로 걸어 올랐건만
별것 아닐 것 같은 쪼잔한 중봉 가는 길에서는 더 이상 못 버티고 눌러앉아버린 것이다.
목 넘김에 수월한 포도젤과 아껴먹었던 마지막 바카스 한 모금..ㅎㅎ
예상에 없던 휴식시간, 현기증이 가라앉을 동안 여기서도 10여분 숨 넘김을 하고 간다.
이쯤 되면 몸도 마음도 충분히 지치고 무너질 법도 했으리라..
이때 지나는 익산의 백두산님에게
아이고 더 이상 못 가겠습니다. 먼저 가셔요... 했다. ㅎㅎ

▲ 중봉 13:40에서 보이는 써래봉과 치밭목 대피소
가운데는 웅석봉과 달뜨기 능선, 왼쪽 끝으로는 황매산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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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봉에서 천왕봉, 2. 중봉표지석, 3. 중봉에서 황금능선, 4. 써래봉
어쩔 수 없이 시간에 쫓겼던 대원사 하산길
역시나 혼자 걷는 이 길은 지루하고 힘들고 버겁다.
그나마 아껴먹었던 바카스의 카페인과 링티가 보조해 주는 영양소가 남아 있었기에
그나마 흔들리는 정신줄을 안전하게 잡아주고 있었던것은 아니었는가 다.
세 번째 소심한 고사목이 보이는 사진에서는 산죽길로 악명 높은 황금능선과 구곡산까지도 선명하다.
하산길에 원 없이 강하다고 자신하는 나란 녀석에게도 이날의 대원사 하산길에서는 힘에 부친다.
이곳에서도 생각 외로 오르내리막길의 반복이 주구장창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방전된 체력에 힘 풀린 두 다리한테는 어지간한 곤욕의 길임에 틀림없다.
결국
조망 좋은 써래봉에서 잠깐 쉬어갈 계획은 써래봉을 코 앞에 남겨둔 그늘진 데크계단 한편에 철퍼덕하게 눌러앉았다.
마지막 에너지보충과 방전된 체력을 재 충전해 희망고문쯤 되지 않을까..ㅎㅎ
여기서는 여태껏 먹지 못하고 등짐 무게만 더했던 볶음밥은 한 숟가락도 차마 목 넘김을 못하고 포기,
또 천하장사 쏘시지도 꾸적꾸적 목구멍에 쑤셔 넣는 것도 절반이 최선이었고
결국 링티가 최선의 에너지원이었다.
아... 그중 목 넘김이 수월했던 딱 한 가지는 찰떡파이,
칼로리 보충도 목 넘김도 열량도 모두 모두 최선의 선택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써래봉 직전의 10여분 휴식 후 유평리까지는 한 번의 휴식 없이 일사천리로 내달렸다.
16:00분까지 행운 같은 도착을 하게 되면 대원사를 경유 유평탐방지원센터까지 풀코스 완주라는 것을 해 볼 요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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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밭목 대피소 15:00 대원사 주차장까지는 9.8km

▲ 치밭목 대피소에서 보이는 웅석봉과 달뜨기 능선
군경에 쫓기던 빨치산일행들이 이곳 치밭목에서 건너편 산줄기 너머에서 떠 오르는 둥근달을 보면서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이 그리워서 눈물 흘렸다는 사연들이 만들어낸 이름인 달뜨기 능선
예전에는 조망이 좋았을 법도 하건만 지금에는 참나무(도토리나무 또는 상수리나무)들이 웃자라서 조망이 많이 가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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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밭목대피소 이정목, 무제치기폭포 상단에서 보이는 모습
세 번째 사진은 무제치기 상단 전망대에서 보이는 황매산, 그리고 윗새재 갈림길(15:30)
윗새재와 유평리로 갈리는 삼거리
이곳에서 동네뒷산 같은 고만고만한 오르내림 길을 지나고 나면 오늘의 마지막 종점인 유평리 마을에 도착을 한다.
대원사는 그 차후의 일이고, 유평리까지
아니... 유평리로 이어지는 고만고만한 오르내림 길이 벽소령에서 세석까지의 오르내림 길보다 몇 배는 힘들고
장터목에서 천왕봉을 올라야 하는 최고의 난이도 길보다 천만 배 더 힘든 곳이다.
지치고 나약해지고, 마지막 희망의 종점이라는 것이 해도 해도 너무 멀기에
나약해진 마음에서 느끼는 피로도와 난이도의 느낌은 몇 배, 몇 십배, 몇 백배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어쨌든 나란 녀석의 이날 목표는
16:00분까지 유평리마을에 안착을 할 것이면 유평탐방지원센터 주차장까지의 46.2km를 끝까지 완주할 것이고
17:00분까지 유평리 마을에 간신한 안착을 할 것이면 애써 눌러앉아볼 계획이었다.
물론
여행사에서 지원해 주는 차량이 유평리에서 기다려준다는 조건하에..ㅎㅎ
다행히
나란 녀석은 천왕봉 정상에서 유평리까지 3시간 30분 만에 무탈한 완주를 했고
불행이지 다행인지, 여행사 차량이 떡 하니 기다려주고 있었다.
마감시간 20분 남겨놓고 도착을 했으니, 잘하면 유평탐방지원센터까지 가볼 것이라 우겨볼 만도 하겠지만
화대종주팀 중 내가 가장 꼴치로 안착을 했고, 마지막 나를 위해 여태껏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감히 지 욕심껏 더 걸어가겠노라 우길 수는 없었다. ㅎㅎ
여기까지만 무탈한 완주를 했어도 백번 잘했고 백번 천 번 축하를 받아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지리산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46.2km, 화대종주
2% 부족한 42.7km의 미완의 종주였지만 크게 문제없이 완주할 수 있었음에
그 누구보다 만족하고 기분 좋은 일임에 분명하다.
다음에도 이런 무지막지한 도전을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이날의 완주만큼은 절대 잊지 못할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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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재 갈림길에서 유평리까지 이어지는 고만고만한 오름길,
그 최대 난코스를 넘기고 나면 만나는 산행종점인 유평리(16:40)
이곳에서 차량지원을 해 주신 덕분에 무사한 화대종주를 마무리한다.
대원사를 경유 유평리 탐방지원센터까지 내려갈 것이면 이곳에서도 3.5km, 30-40분은 더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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