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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지리산 이야기/가보자,지리주능

남부능선 종주 2

2. 남부능선 갈림길 - 삼신봉

   11시 17분  남부능선 갈림길에서 삼신봉 방향으로 남부능선길을 타기  시작한다..

   안개는 자욱하고 빗방울도 한두개씩 떨어진다. 이제 배낭카바를 씌어야 할것 같다.

   지금부터 가는 길은 아주 평탄하고 무난히 갈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하산하는 기분으로 조금씩 오르내리면서 이어지는 남부능선은 지리산 산행중

   가장 편안한 코스가 아닌가 싶다.

   여수 집에는 벌써 비가 제법 온댄다. 아직 이곳은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조망간 비가 쏟아질것 같다.

   요즘 일기예보가 워낙 변덕을 부리기에 실상 많이 믿지는 않았더랬는데....또한 예보자체도 낮부터

   흐려져서 한두차례 비가 온다 해서 ...조금은 예보가 빗나가기를 바랬던게 한편의 마음이였던것 같다.'

   암튼 이렇게 내리막길을 조금가면 석문이다.(11:26 분)

  

             <  석문 - 높이 10m , 길이 10m  폭 3m 의 관통굴 >

   석문이라는 이정표는 없고 누군가가 조그마한 하얀글씨로 써놓았는데 ...이것도 많이 바래서 정확하지

   않다.  어쨌든 석문은 큰 바위틈으로 갈라져있는 관통굴이다. 여기서 잠깐 카메라로 사진한장을 찍고

   출발을 하는데...이제 제법 비가 내리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마음의 준비를 달리 해야 할것같다.

   석문을 출발하고 얼마 안가서 오늘 등산도중 처음으로 산행팀을 만난다.

   경상도 분들같은데 청학동에서 출발하여 여기까지 오셨단다. 사람이이렇게 반가운건 또 처음이다.

   MP3 에 녹음만 하면서 걸었지 사람과 대화를 나누니 왜 그리 힘이 되는지...

 12: 05 한벗샘

   사방이 안개에 가려서 위치 파악이 잘 안되는데 벌써 한벗샘에 도착했다.

   방금전데 수곡골로 들어가는 이정표인 탐방로 아님 표지판이 있었는데 그길이 수곡골로 들어가는

   초입이 맞았던 모양이다.

  

 

   한벗샘삼거리 (수곡골 사거리 라고도 함)에서 왼쪽은 자빠진골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자빠진골로 200m 정도 내려가면 한벗샘이 있고 . 좀전의 탐방로 아님 표지판으로 내려가면 대성동

   마을에서 시작되는 수곡골로 내려설수 있다. 예전에는 길이 제법 트여 있었던 모양이나 지금은

   약초케는 사람과 원시적인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만 가끔씩 찾는 모양이다. 또한 자빠진골 쪽으로

   내려서면 거림계곡으로 이어지는데  길은 고로쇠 물 채취를 위해 사람들이 넘나들었던지 그나마

   어렵지 않게 내려설수 있는 코스이나 매력으로 치면 별반 제미는 없다.

   날씨 때문인지 아님 혼자 산행하는것이라서 그런지 오늘은 마음이 매번 급하다.

   물한모금 편히 앉아서 먹질 못하고 바로 바로 출발을 서두른다.

   한벗샘까지 너무 빨리 내려와서 그런지 다음 삼신봉은 금방 도착할것 같았는데 생각처럼  빨리

   도착하질 않는다. 게다가 이제는 비가 장난이 아니다. 산죽숲은 걱정했던 만틈 힘들지 않게 잘

   정리가 되어서 걱정은 없는데  산죽이나 싸리나무 잎에 붙어 있는 물방울들이 바지단을 흠뻑 적셔서

   온통 물덩이가 되었다. 신발도 부실한지 벌써 물이 가득 들어와서 물장화를  신고 있는 느낌이다.

   다시 허기가 지는지 지루함이 갈수록 더해간다. 이정표나 현위치번호로 계산하면 이제 거의 다  와

   가는것 같은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앞도 안보이고 사람소리 하나 안들린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는지 사람소리가 나는듯하다. 앞은 안보이고 다만 제석봉 고사목같은 나무들이

   하얀 안개와 더불어 묘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아마 고사목들이 모여 있는곳 까지 왔으면 삼신봉에

   거의 도착했을 게다....

  

 

1: 00 삼신봉

   삼신봉이다.

   지리산 종주 능선을 한눈에 볼수 있는곳이 이곳 삼신봉이래는데...오늘은 앞뒤 양옆에 아무것도 없다.

    왕시루봉도 써리봉도 멀리 백운산도 청학동마을과 묵계리도 안보인다. 단지 보이는것은 삼신봉

    1284m 와 재단만 보일뿐이다.

    지금껏 반팔티를 입고 비를 맞고 와서 추워질것 같아 먼저 긴팔티로 옷을 갈아입고 자켓을 걸친다.

    그래도 삼신봉인데  비가 오더라도 사진은 찍어 두어야 할것 같아서 삼각대를 설치하고 혼자서

    사진을 찍어 보는데 영 아니다....

    

 

 

     어쨌든 여기서 점심을 먹어야 할것 같은데 ...어디서 먹어야 할지 마땅치가 않다.

     바람은 거친데 그나마 비방울은 조금 약해서 당행이지 싶다.

      일단 사람소리가 나는 삼신봉 밑쪽 에서 자리를 찾아보기로 하고 내려가는데...

     오늘의 두번째 산행팀들이 여기서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을 서두르고 있다.

     조금 기다려서 작별인사를 하고 행복한 나만의 점심자리를 펼친다.

     아침에 해온 밥. 마눌님이 챙겨준 김치돼지고기 두루치기. 매실짱아찌. 고추짱아찌...

     그리고 아침에 조금 담아온 싸구려 양주조금.... 걸인 의상에 황후의 점심이다.

     먼저 물먹은 신발과 양말을 짜 말려놓고. 뜨거운 양주을 한잔 하려니 목구멍에서부터  깊숙한

     창자까지 뜨거운 기운이 쭉 흘러드러가는 것이 영 나쁘지 않다.

     아주 멋진 점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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