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허기진 지리산 이야기/들어봤어.서북능선

고기리에서 시작하는 서북능선

지리산 서북능선잊지 못할 러셀 산행

산행코스 : 고기삼거리 - 고리봉 - 세걸산 - 세동치 - 부운치 - 팔랑치 - 바래봉 삼거리- 운지사 - OHEVDAY

도상거리 시간 : 16km , 7시간 30분(점심시간 포함)

산행일시 : 2022년 02월 20일(일요일)

산행지기 : 갤럭시21과 함께

기억꺼리 :

       - 10여 년 전의 산행 기록을 뒤적이다가 맑은 날의 서북능선 겨울이 궁금해서 떠났던 산행

       - 남원 고기리까지는 허방하게 날렸던 눈들이 고리봉 8부 능선 올라설 때부터

          환상적인 눈꽃과 눈폭탄의 러셀 산행

       - 고리봉부터 팔랑치까지 이어지는 능선에 엄청난 눈이 쌓여서 오도 가도 못할 정도의 난감한 산행이 되었다.

       - 무릎까지, 허리까지도 빠져드는  진퇴양난의 곤욕스러운 산행

       - 행여 집중력이 떨어질까 봐 음주마저도 멀리한 아주 건강한 산행 ㅎㅎ

       - 고기리에서 고리봉 세걸산까지는 사람 발길 하나 없는 완벽하게 지 혼자서 길을 뚫었던 잊지 못할 산행

▲오른쪽 다리건너 고기삼거리,  왼쪽 고리봉 들머리
07 : 00 여수 집 출발
09 : 20 고기삼거리
09 : 30  산행시작
11 : 17 고리봉(1304.5m)
  고기리3.2km, 정령치0.8km, 바래봉8.6km
12 : 30 점심 13 : 15출발
13 : 55 세걸산 도착전 조망바위
14 : 00 세걸산
   정령치3.8km , 바래봉5.8km, 
14 : 17 세동치
15 : 20 신덕임도 갈림길
  정령치7.1km, 바래봉2.3km, 신덕임도0.6km
15 : 40 팔랑치(989m) 
16 : 08 바래봉 갈림길 삼거리
    바래봉0.6km, 용산주차장4.2km
16 : 50 운지사( 운지사 소나무 숲길로 하산 )
17 : 05 OHEVDAY(오헤브데이 호텔,리조트)
17 : 20 고기삼거리(택시15,000원)

여수 길동무 모임에 지리산 서북능선 번개산행 공지를 했음에도 여타 한 반응들이 없어서

오늘도 어김없이 지 혼자서 이른 아침 출근하는 것처럼 집을 나선다.

지리산으로 달리는 아침 운전

나란 녀석은 왜 그리 아침잠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것인지

이날도 다른 날과 별반 없이 사무치는 잠결에 운전이 갈팡질팡 위태위태하다.

여수를 채 빠져나가지 못한 졸음쉼터에서 허기진 잠을 잠시 연장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고속도로 황전휴게소에서 또 얼마 동안을 버벅거리고 난 후에서야

깔끔한 정신으로 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남원 도착하기 전 육모정을 지나 주천면으로 올라가는 꼬부랑길

전날 내렸던 눈 자락이 이곳 음지 사면에는 검은 아스팔트를 덮을 만큼의 눈이 쌓여 있다.

눈길 운전이란 것을 거의 해보질 않았던  잼뱅이인 나란 녀석

눈만 보면 버럭 겁부터 나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고기삼거리 가는 길은 이곳 주천면을 관통하지 않고 운봉을 경유해서 접근할 수도 있을진대

네비양을 너무 신뢰했던 모양

어쨌든 정령치로 올라가는 국도의 시작인 고기삼거리에  무사한 도착을 하고

9:30분에 울창한 소나무 숲길에서 지 혼자만의 힐링 산행을 시작한다.


 

지리산 중에서도 유독 고품격 소나무 숲길이 인상적인 곳

지리산 중에서 소나무 숲길로 기억에 남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화엄사에서 종석대로 올라가는 차일봉 능선

형제봉과 월령봉 중 화엄사 지구에서 형제봉으로 오르는 길에도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다.

그리고

둘레길 1구간 중 덕운봉에서 노치마을로 내리는 길도 소나무 숲길로 손색이 없다.

그중

오늘 걸음 하는 고기리에서 고리봉 올라가는 초입부의 소나무 숲길은 단연 최고가 아닌가 싶다.

형제봉과 덕운봉 그리고 차일봉 능선의 소나무 숲길은

울창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수년이 얼마 되지 않은 여린 소나무가 대부분인 반면

이곳 고기리에서 고리봉 올라가는 등로에는

수명이 꽤나 되었을 굵직굵직한 소나무 숲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고기리에서 고리봉 오르는 등로, 초반부에는 굵직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지고 중반부에서는  산죽이 자리를 잡았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고 나면 만나는 키 작은 산죽길

고기삼거리에서 시작되는 고품격 소나무 숲길을 40분 정도 걸음하고 나면

이때부터는 키 작은 산죽길로 색다른 변신을 한다.

바람 없는 키 작은 산죽에 소복하게 내려앉은 눈꽃이 마치 동화 속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동화 속으로 들어가면서 눈부신 그림들을 내 발로 흐트러 뜨리는게 못내 아쉬울 뿐이다.

아무도 걷지 않았던 순백의 청아한 숲길

이런 길은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고,  혼자만의 정적의 시간이 길어져도 결코 지겹거나 두렵지 않은

지 혼자만의 가슴 벅찬  힐링의 시간일 것이다.

 

 

 

 

고리봉 오르는 7부능선..? 8부능선쯤..?

어쨌든 이쯤 올라오면은 하얀 눈꽃세상과 접하는 바위 조망터를 만난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눈무신 겨울 눈꽃에 현혹되어  

난감하게 이어지는 오름길의  곤욕을 절대 예상하지는 못했다.

조망바위에서 보이는 앞쪽 봉우리는 다름재에서 다시 올라가는 영제봉이 아닌가 싶고

그 뒤쪽으로 솔봉능선과 밤재 , 그리고 견두산이 자리를 잡고 있으리라..!

 

난감하고 황당했던 고리봉으로 가는 직벽 오름길

파란 하늘에 화려하게 피여 있는 천상의 눈꽃

다른 날 같았으면 이 눈꽃을 담아내느라 정신이 없을 법도 하건만

오늘은 이 눈꽃이 눈에 들어올 여지가 없다.

잠깐만 방심하면 눈구덩이 속으로 파묻힐 것 같은 눈 폭탄

처음에는 크게 대수롭지 않게 약간의 눈길에 눈꽃이 피였으려니 싶었는데

고리봉 8부 능선에서부터 시작되는 눈 폭탄은 예상치 못한 황당함에 봉착했고,

흔적 없이 지워져 버린 등로를 무작정 치고 오른다는 것은 대략 난감할 뿐이었다.

얼추 얼추 등로 방향은 찾아 갈만 하겠는데 발 디딜 공간과 여력이 없다.

어디가 바위고 어디가 크레바스 같은 허방이 있을지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올라간 만큼 미끄러지기 일쑤...!

눈폭탄 맞은 곳에서는 내발로 기어가는 것도 결코 쉬운 것이 아녔구나..!

10년 전 봄날처럼 따뜻한 겨울날에 이곳으로 올라올 적에도

8부 능선에서부터 고난의 급경사길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는데

이 급경사 오름길에 엄청난 눈까지 쌓여있는 이 길을 헤쳐 오르려고 하니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닌, 더럭 촌스러운 공포감이 들면서 등골마저 서늘하게 굳어진다.

등로와 숲이 도무지 구분이 안 되는 고리봉 8부 능선 오름길

간간하게 보이는 시그널로 방향을 잡고, 혹시나 모를 바위 절벽의 허방이 있을까 싶어서

한걸음 뗄 때마다 스틱으로 들쑤셔보고 안전을 확인한다.

그나마 암벽이 없는 육산 길이여서 천만다행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급경사로 치고 오르는 고리봉 오르는 길은

발 내딛을 때 안착이 될만한 발받침이 없어서 허방 하게 무너져 내리기가 다반사다.

게다가 날씨가 극한의 강추위라서 쭉쭉 미끄러지는 눈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하고 내려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고리봉 오름길

스틱보다는 나무와 나무를 부여잡고 한걸음 한걸음마다  고리봉 눈폭탄과 어처구니없는 사투를 벌였다.

푹푹 빠지는 눈 폭탄 길

쭉쭉 미끄러지는 급경사 오름길

긴장의 끈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난감한 진퇴양난의 이 길에서는

차마 마음 편하게 하늘을 올려다볼 여력이 없다.

하늘은 파랗고, 눈꽃은 가장 멋들어지게 피여 올랐는데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이 오름길에서는

환상의 눈꽃이 지 아무리 멋들어지다고 한들 허울 좋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잔뜩  긴장한 마음이 차분한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딸랑 이 사진 한 장 만을 건지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 고리봉에서 서북능선의 끝점인 바래봉

 

 

▲ 고리봉에서 반야봉, 왼쪽 11시 방향이 노고단, 종석대는 반야봉에 가려서 보이질 않는다.

 

 

발길 흔적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순백의 고리봉 정상

푹푹 빠지고 쭉쭉 미끌리면서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아등바등 올라섰던 고리봉 정상

지리산 국립공원 산불방지 경방 기간이면서 유독 서북능선길만 열어둔 이곳

평시 같으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들이 난무할진대

어쩌자고 오늘은 그 많던 흔적들이 죄다 사라지고 없는 것일까..?

서북능선이 이토록 발길을 멀리하는 초라한 곳은 결코 아닐진대

참....모를 일이다.

그깐 바람 거칠고, 눈 쬐끔 내렸다고 이토록 완벽하게 발길을 끊을 수 있다니..ㅎㅎ

어쨌거나 

이 순백의 고리봉 정상에 완벽하게 화이트 아웃된 세상을 나 혼자만이 독차지하게 되었다..

난감한 고리봉 오름길에 대한 짜릿한 보상

게다가 그 거칠다는 바람도 사그라들고 없다.

날씨는 쾌청하고 시야도 선명하다.

이런 날 이런 곳에서는 정상주라도 한잔 하면서 한참을 노닐다가 가야 하는 것인데

혼자 하는 산행이라는 것이 늘 그렇다.

땀이 식거나 숨고르기가 수월해지면 어김없이 바로 출발하는것이

혼자만의 산행이 주는 쓸쓸함이 아니겠는지...!

사진이라는 것을 찍다 보면

로우앵글과 하이앵글이라는 것이 있다

하이앵글은 위에 아래로 내려보는 모습이고 , 로우앵글은 가장 낮은 곳에서 올려보는 각이다.

윗 사진은 최대한 낮은 위치에서 각도를 잡았다. 로우 앵글로 바라본 풍경인 것이다.

이런 눈꽃이라든가 키 작은 산죽, 그리고 가는 잎 그늘사초같은 경우는  로우앵글로 접근을 하면

더 멋들어진 그림을 담아낼 수 있다.

 

 

고리봉에서 시작되는 서북능선길의 눈 폭탄

처음에는 그 어떤 발길 흔적도 없는 순백의 눈길을 내가 첫발을 밟는다는

가슴 벅찬 자랑질 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것도 잠시

대책 없이 무릎, 골반까지 푹푹 빠져드는 눈폭탄 길을 헤쳐나간다는 것

난감한 공포감과 함께,  끝이 보이질 않는 체력소모를 요하는 것이었다.

어디가 정규 등로길이고 어디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허방이 숨어있을지

조심 조심, 극한 긴장의 연속은 덤으로 쏟아부어야 하는 또 다른 방법의 체력소모였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난감하고 공포스러웠던 능선길

고리봉 8부 능선에서부터 난감하게 쌓였던 눈 폭탄

등로 구분도 어렵고 여차하면 허리까지 허방 하게 내려앉기 일쑤다.

고리봉 정상부의 눈꽃이 멋지구나 싶었던 게 이토록 난감한 사투로 변할 줄은 미쳐 예상하지 못했다.

고리봉만 넘으면 능선길은 그나마 수월하지 싶었는데

고리봉 8부 능선 오름길의 난감한 눈길은 서북능선 눈폭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전날 밤부터 서북능선에 몰아치는 강풍과 함께 내렸던 모든 눈을 능선길에다 다 쏟아부었던 모양이다.

러셀산행

기본적으로 무릎까지 빠지는 능선길의 러셀산행의 진면목을 아찔하게 경험하게 되는 이날

점심시간이 되어서도 맘 편하게 소주 한잔을 할 수가 없었다.

집중력이 떨어질까 봐 겁도 더럭 나기도 했거니와

아침에 냉동실에 얼려둔 팩소주를 가져오질 못했던 것이다.

아마도

이런  위험천만한 고행의 러셀산행이 염려되어서

산신령님의 영험한 배려에 힘 입어,  조신하게 술을 냉장고에  두고 왔지 않았나 싶다.

아마도 이렇게 음주 없이 건강한 산행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ㅎㅎ

날카로운 바위 조망터, 정면 만복대, 오른쪽 가장 높은 곳이 큰고리봉

 

 

지리산 서북능선의 겨울

눈이라고 해봐야 전날 가랑눈 정도로 내렸겠거니 싶었는데

북풍한설이 몰아친 서북능선길에는 가도 가도 끝이 없고 가면 갈수록 난감해지는 눈 폭탄이 내려앉았다.

진퇴양난

서북능선 등록에만 어마 무시하게 쌓여있는 눈 폭탄

여차하면 허리춤까지 빠지기가 일쑤다.

가능하면 우회하고, 어쩔 수 없을 경우는 정면으로 치고 나간다.

백번이고 포기하고 되돌아 가고 싶지만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너무 깊이 들어왔다.

포기할 것이었으면 고리봉에서 정령치로 하산을 했어야 했다.

그것도 아니면 고리봉 8부 능선에서 하산을 했던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혼자 하는 눈과의 사투길

난생 처음으로 눈길과 눈구덩이 크레바스 같은 허방를 만날까 겁이 나고 등골이 시큰하다.

반야봉에서 흘러내리는 심마니능선(오른쪽), 정면 가장 높으면서 두리뭉실한 곳은 명선봉과

연하천산장 옆 삼각고지에서 벌바위등을 지나 영원령(11시방향 가장 깊게 내려앉은 협곡)과 삼정산

그리고 가장 뒤쪽으로 허연 눈 쌓인 천왕봉과 중봉

참... 오른쪽 심마니능선 뒤쪽으로는 토끼 봉이겠구나...?!

그리고 영원령 바로 밑으로 와운마을도 보인다.

▲ 오른쪽 고리봉, 고리봉왼쪽은 만복대이고 만복대 옆 작은고리봉 그 옆으로 종석대. 그옆 노고단 왼쪽 끝은 반야봉

세걸산 오름길에서 만나는 조망바위

오늘 서북능선의 눈폭탄 러셀산행은 고도의 긴장과 조심했던 걸음 때문인지

엄청난 체력을 소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허기를 느낄 수가 없다.

시간은 벌써 꽤나 지나서 점심 밥때가 지나고 있는데 말이다.

많이 긴장하고 최대한의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점심은

세걸산 한참 전 날카로운 바위 전망대 지나면서 등로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햇반도 필요 없고, 김치도 필요 없이 따뜻한 돼지갈비만 몇 점 허기 보충을 위한 목적으로 요기를 했다.

물론 늘 같이 가지고 다니면서 목구멍을 데워주던 알싸한 반주도 없다.

다른 때 같으면 벌써 한두 잔은 거뜬히 주유를 했을 법도 하건만

오늘은 애써 찾을만한 여력이 완벽하게 없었다.

행여나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상황판단을 허투루 하다 대책 없는 사고로 이어질까

내심 두려웠던 것이었으리라

정면으로 보이는 와운마을 뒷산인 영원령과 11시 방향 삼정산(억새가 가리키는 곳), 그 뒤로 지리산 상봉

벌써 많은 시간이 흘러서 기억들이 가물하지만

삼정산의 칠암자를 다시 돌아봐도 좋겠고, 뱀사골에서 연하천산장을 경유 영원령 와운카페에서

한시름 노닐다 내려와도 좋지 않을까..?

이제는 예전만큼의 지리산 열정이 식어버린 지금

언제 어떤 객기를 부려서 다시 가볼 수 있을는지...ㅎㅎ

▲반야봉에서 흘러내리는 심마니능선 , 정면 봉산골

 

 

▲ 세걸산

세걸산 14 : 00 

드디어 사람 발길과 만나다.

고기리에서 출발, 큰고리봉을 넘고, 

큰고리봉에서 이곳 세걸산까지 이어지는 눈 폭탄의 능선길에는

나 혼자만의 진퇴양난의 난감하고 고독한 사투를 벌였던 구간이다.

이날 따라 그 어떤 발길 흔적도 찾아볼 수 없고 고립무원의 망막함만 이어졌던 구간

바람 잦은 구간에서는  이곳 능선길을 지났던 발길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금새 그 발길은 바람에 묻혀지고 이어지질 않는다.

강풍에 동반된 눈발은 금새 사람 흔적을 완벽하게 감추고 흔적들을 지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망막하던 사람 냄새를 이곳 세걸산에 도착하고 나서야 찾을 수 있었다.

어찌나 반가운지...!

첩첩산중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문명세계로 되돌아온 느낌

아..이제 안전하게 살길을 찾았다는 안도감이랄까..?

제 진퇴양난의 개고생도 끝났다는  허울 좋은  성취감이랄까..?

별다른 사고 없이 무탈하게 잘 헤쳐왔다는  지 나름의 자부심이었을까..?

아무튼 세걸산 도착해서 수많은 발길 흔적을 만난 것은

오늘 산행의 팔부능선을 넘은 것이나 진배없으리라.

 

아마도 오늘 바래봉을 위시한 서북능선으로 산행을 왔던 산님들이

바래봉에서  시작 부운치를 넘고 이곳 세걸산에서 산행을 마무리하는 코스을 잡았던 

모양으로 이곳에서부터는 길트임이 고속도로처럼 잘 되어 있고 

애써 과한 긴장과 고도의 집중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등로는 편안하고 잘 다져져 있었다.

 

 

▲ 세걸산에서 반야봉을 뒤로하고.,..

난감하고 망막했던 서북능선의 힘겨운 러셀 산행

사람 발길과 만났으니 이제는 맘껏 홀가분할 터

부상 없이 너무 늦어지지 않게 잘 헤쳐 나온 기념으로 삼각대를 펼쳤다.

꼴에  또 잊지 못할 서북능선의 겨울 러셀산행을 기억에 남겨 두겠노라고...

세걸산에서 보이는 바래봉

 

세걸산에서 핸드폰 파노라마로 지리 주능을 담았다.

왼쪽의 삼봉산과 금대암부터 천왕봉 그리고 반야봉까지...



사람 냄새나던 세걸산에서 세동치까지 가는 길도 말이 사람 발길 흔적이지 

그렇다고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님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릎이나 엉덩이까지 푹푹 빠지지 않을 뿐이지

사람이 밟고 지나간 눈길은 브레이크 없는 눈 썰매장과 진배없다.

알아서 쭉쭉 미끄러지는 눈 썰매장..ㅎㅎ

그래도 이곳 능선길은 마음도 편하고 심적 부담이 없어서 좋다.

늦어져서 해가 서산에 기울어도 걱정할 일 없을 테고, 지나는 사람 한 명을 못 만나도 불안할 일 없을 테니 ㅎㅎ

가장 왼쪽 삼봉산과  등구재  그리고 금대암 , 그 옆으로 함양 독바위와 상내봉도 조망이 가능하다.

상내봉 위쪽은 동부능선으로 이어지는 새봉

그리고 눈이 하얗게 쌓인 곳은 지리산 상봉을 위시한 중봉

정면 바로 앞은  부운마을이고 그 뒤쪽은 영원령에서 갈리는 삼정산이다.


세걸산에서  바래봉, 그 아래 사진은 삼봉산 방향사진
왼쪽 사진은 부운치 정상고개에서 팔랑치 방향으로

 

 

신덕임도 삼거리 , 철죽군락지
정령치 7.1km, 바래봉2.3km,  신덕임도 0.6km

 

팔랑치 (989m), 정령치7.9km, 팔랑마을2.0km, 

 

 

팔랑치 지나면서 보이는 고리봉과 서북능선

 

 

바래봉삼거리 도착직전 보이는 지리주능,용산주차장4.2km
아래사진은 바래봉삼거리와 운지사 , 바래봉0.6km, 

바래봉 갈리는 삼거리

망막하고 혼신의 러셀산행을 했던 탓에 나의 허기진 체력이라는 것이  거짐 고갈이 되었다.

부운치에서 팔랑치 지나 바래봉 삼거리까지 호젓하게 걸어오는 이 길이 어찌나 힘이 드는지

그래도 바래봉 정상을 찍어볼까 싶어, 몇 걸음 옮기다가 포기를 한다.

바래봉까지 600m, 왕복1.2km, 

늘상 올라보았던 바래봉, 애써 무슨 인증이 필요하다고 고갈된 체력을 이끌고 올라갈 것인가 싶어서

천천한 하산을 시작하기로 냉정하게 마음을  바꿔먹었다.

하산길은 무릎에 치명적인 돌길을 포기하고,

가지 말라는 샛길 탐방로,  운지사로 이어지는 푹신한 소나무 숲길을 따라 내렸다.

운지사 지나고 운봉 허브벨리 옆으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적으로 운봉 눈꽃축제는 코로나 영향으로 문을 열지 못했고

허브벨리 또한 튼튼한 자물쇠로 굳게 잠겼다.

아래쪽 오헤브데이 호텔 & 리조트(OHEVDAY )에 숙박을 하면 허브벨리 입장권을 주고 있다는데

지금은 어떤 식의 운영이 되는지 모르겠다.

남원 허브벨리에서 고기리로 가는 길에 보였던 고리봉과 서북능선(아래사진)

택시를 불러 고기삼거리까지 15,000원 드리고 간결한 이동

가는 길에 보였던 오늘 식겁했던 고리봉을 위시한 서북능선을 담아 보았다.

기사님 말씀으로는 12시방향 고리봉이 서북능선으로 접근하는 가장 힘든 코스가 된다고 한다..

어쨌든 오늘 난감하고 무지막지했던 산행은

아무런 사고 없이 깔끔하게 5시에 하산 완료를 했다.

겁 없이 달려들었던 식겁한 산행

애써 누군가와 동행을 했을 것이면 평생 기억에 남을 욕바가지를 얻어먹지 않았을까..ㅎㅎ

그나마  무탈한 산행이어서 천만한 다행이었지만

무모하고 무지막지한 산행이었음을  깊이 반성하면서 

이번 지리산 서북능선의 진퇴양난의 난감했던  러셀산행도 마무리를 한다.

도로 끝점에서 올라가는 능선이 고리봉, 고리봉 오른쪽 아래로 정령치, 정령치 오른쪽 옆으로 만복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