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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산 이야기/길위에서길을묻다

쌍계사의 십리벚꽃은 신기루처럼 떨어지고 없었다.

영취산 진달래와 지리산 까치절산 지초봉 간미봉 시암재로 이어지는 미답의 능선 줄기

그리고 지리산 같으면서도 지리산이 아닌 하동의 황장산과 지리산 둘레길의 마지막 종점과도 같은

지리산 자락길 30km정도를 저울질 하다가

쌍계사 십리벚꽃길에 대한 욕심으로 결정적인 선택의 실수를 범하여

황장산을 돌아 십리벚꽃길을 걸어보는 장거리 산행을 선택하게 되었다.

4월의 첫번째 주말인 2일날의 일요일

그것도 지 혼자서

출발은 화개장터에서 출발 황장산의 촛대봉과 황장산 정상을 찍고

당재로 내려서 목통마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화개장터까지의 13km의 꽃비 내리는 구간을 꾸적꾸적 걷게 되었다.

목통마을에서 당재로 오르는 들머리인 목통마을 출렁다리

목통마을에 조금 내려오면 만나는 목통교

이곳에서 칠불사로 갈리고 화개에서 올라오는 버스는 이곳에서 탈 수 있는데

오늘은 시간이 맞질 않아서 지나는 버스는 보이질 않는다.

스쳐지나는 정보로는 오후 3시와 6시에 나가는 버스가 있다는데 

아슬하게 놓쳐버린 느낌

 

 

아...그나..!

아침에 차로 달려올때는 이렇게 썰렁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신기루처럼 다  떨어지고 없더란 말인가..?

분명 여수의 벚꽃은 만개와 절정의 순간을 지나고 있어서

더 추운 산간지방인 화개동천은 충분히 절정의 벚꽃길을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귀신에 홀리고 곡할 노릇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한번 시작한 걸음인지라 포기없이 꾸적 꾸적 무거운 걸음을 걷고 있다.

걷는것에는 이골 난 나란 녀석이고보면

이정도 걷는 것은 크게 손해봤다며 억울해 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어차피 지리산 자락길을 걸었어도 이정도 도상거리는 걸었을듯 싶고

까치절산에서 시작하는 간미봉을 종석대까지 올라서 차일봉능선으로 하산했을 것이면

여기도 만만치 않은 된비알을 걸었어야 했을듯 싶기 때문이다.

 

순백의 십리 벚꽃길이 때아닌 가을 옷으로 갈아입었다.

연초록의 봄도 아닌 가을 단풍 물들어가는 분위기..ㅎㅎ

어쩌자고 이런 날벼락같은  절망으로 떨어져버린 것이였을까...?

아침에는 그래도 분명 절정은 지났다손치더라도 크게 손색없어 보이더니만

거친 바람에 아슬하던 꽃잎들이 애써 견뎌내지 못하고 완벽하게 절명을 했던 모양이다.

 

정말 

나란 녀석이 이런 절명의 순간을 만나야 할  것이였으면

처음부터 십리벚꽃길을 위시한 황장산을 선택하지 않았을것이며

또한 목통마을에서 미련스러울만큼  꾸적꾸적한 걸음을 걷지도 않았을 것이지 않는가...?

화개택시를 불렀다손 치더라도 넉넉히 15,000원이면 충분했을것인데

 

 

그렇게 멍청한 걸음을 꾸적꾸적 걷는것도 힘에 부치는 것인지

적당한 돌의자에 베낭을 풀고 앉았다.

아직도 베낭에서 시원하게 얼어있는 얼음맥주 하나와 지 좋아하는 참이슬 오리지널 팩소주 하나가

마지막 지 소임을 다 하기 위해서 고스란히 남아있지 않겠는가...ㅎㅎ

오늘 지친 다리가 충분히 쉬어갈수 있는 무한한 원동력이 되어줄 것은 자명한 일

 

어쩌면 

상춘객들로 발 디딜틈 없는 북적북적한 도떼기 시장보다는 이런 철 지난 봄날의 풍경도

나름 색다른 즐거움으로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벚꽃 떨어지는 속도만큼이나 잽싸게 움직이는 먹거리 노점상

어찌 벚꽃들이 이리 순식간에 떨어질줄 미리 알고 또 다른 상춘객을 찾아 떠났을까..?

간신하게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미련처럼 남아있는 노점상이 

철지난 꽃길을 걸어가는 나란 녀석의 행태와 많이 닮아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뭐라도 한가지 갈아주고 싶어도

지 묵을것이 충분히 배가 불러서 더이상의 욕심이 생기질 않는다.

맥주한캔에 소주한팩이면 더이상 부러울게 뭐가 있으리오..ㅎㅎ

 

 

 

 

 

 

 

 

 

 

 

 

범왕리 목통마을에서 화개면소재지인 화개장터와 남도대교까지 13km

15:00에 다시금 걷기 시작해서 18:00분에 도착을 했다.

꾸준한 내리막길이거나 평길일것이였는데 

생각외로 체력이 떨어졌던 모양으로 늦어진 시간에 도착을 했다.